티베트고원의 초겨울 고온 현상이 1만 km 밖 캘리포니아의 폭우를 격화시키는 이유

티베트고원의 초겨울 고온 현상이 1만 km 밖 캘리포니아의 폭우를 격화시키는 이유

과학기후

데이터 소스:Science Advances + UCLA

기상 예보관들이 놓쳤던 1만 km 밖의 열원

2016년과 2022년 초겨울, 미국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건조하고 가문 겨울에 대비하고 있었다. 당시 적도 태평양은 라니냐(La Niña, 적도 태평양 동부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기후 현상) 상태였다. 과거 수십 년간 축적된 경험에 따르면, 라니냐는 미국 서부 해안에 강수량이 적은 메마른 겨울을 가져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몇 달 동안 캘리포니아 전역을 뒤흔든 것은 기록적인 폭우와 연쇄적인 대홍수였다.

전통적인 기상 예측 모델은 완전히 빗나갔다. 해수면 온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 지구 기후를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모델들은 이 극단적인 호우 징후를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 캘리포니아 인근 태평양의 해수 온도는 눈에 띄게 상승하지 않았기에 기상학자들은 깊은 혼란에 빠졌다.

이에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대기과학 연구팀이 원인 추적에 나섰다. 연구진은 폭풍 시스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간 끝에, 무려 11,600km(약 7,200마일) 떨어진 티베트고원을 지목했다. 11,600km는 베이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의 직항 비행거리에 맞먹는 거리다. 지구 반대편에 우뚝 솟은 이 거대한 고지대가 서반구의 날씨를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논문을 발표하고 그 배후의 물리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초겨울 티베트고원의 지표면이 겪은 이상 고온이 상공의 바람 순환 궤도를 크게 뒤틀어놓았다는 분석이다. 기상학자들은 대기 중에 형성되어 막대한 양의 수증기를 수송하는 좁고 긴 통로를 ‘대기천(atmospheric river, 하늘에 흐르는 수증기의 강)‘이라고 부른다. 아시아 고원의 열기로 세력을 불린 이 거대한 대기천이 결국 캘리포니아의 물난리를 초래한 진범이었다.

그림: 열대 태평양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어지는 대기천(Atmospheric River) 수증기대를 포착한 위성 영상. 출처: NOAA

해발 4,500m 상공으로 솟아오른 거대한 열기 굴뚝

티베트고원이 이처럼 강력한 지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비결은 압도적인 물리적 규모에 있다. 면적은 약 250만 제곱킬로미터로 서유럽 전체나 텍사스주의 4배에 달하며, 평균 해발고도는 4,500미터(약 14,800피트)를 훌쩍 넘는다. 이처럼 우뚝 솟은 지형은 지구 대기권의 중간층(대류권 중부)으로 직접 돌출되어 있다.

극단적으로 높은 고원의 대지는 하늘 한가운데로 뻗어 나온 거대한 발코니와 같다. 강렬한 태양 복사에너지가 고원 지표면을 달구고, 지표면은 그 열을 머리 위의 공기 중으로 고스란히 방출한다. 초겨울 고원의 지표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바로 위 대류권의 공기도 순식간에 가열된다.

이러한 국지적 가열은 대기의 열적 균형을 단숨에 깨뜨린다. 극심한 온도 격차는 평온하던 상공 기류를 흔들며 강력한 상승 기류와 대류 운동을 유발한다. 고원 지표면에서 대류권 중상층으로 직접 주입된 열 에너지는 지구 북반구의 대기 순환을 뒤흔드는 거대한 열역학 엔진으로 작동하게 된다.

그림: 티베트고원 및 주변 지형 개요도. 출처: darekk2/Wikimedia Commons

제트기류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는 에너지 파동

상공 대기의 거대한 흐름은 제트기류(jet stream, 북반구 중위도 상공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부는 초고속 편서풍 제트 기류로 기상 시스템의 이동 경로를 조율하는 축)에 의해 좌우된다. 제트기류는 하늘을 달리는 거대한 바람의 강처럼 전 세계 날씨를 거미줄처럼 연결한다. 티베트고원 상공에 비정상적인 열원이 들어서자, 본래 동서 방향으로 곧게 흐르던 제트기류에 심한 요동과 굴곡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요동은 위도대를 따라 동쪽으로 확산되며 태평양을 횡단하는 거대한 ‘대기 파동열(atmospheric wave train, 대기 상층을 따라 원거리로 에너지를 전달하는 연쇄 파동)‘을 형성했다. 연구팀은 이 태평양 횡단 에너지 통로를 ‘티베트고원-로키산맥 파동열’이라고 명명했다. 이 파동은 제트기류를 타고 1만 km가 넘는 광활한 태평양을 가로질러 맹렬히 돌진했다.

파동이 동태평양 상공에 도달했을 때 결정적인 구조 변화가 일어났다. 논문 저자들은 이 메커니즘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파동이 동태평양에 도달하면 마치 해안가에서 파도가 부서지듯 불안정해지며 ‘쇄파(breaking)’ 현상을 일으킵니다. 이는 태평양 상공 대기의 구조와 안정성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대기천을 급격히 강화하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부서진 파동이 축적된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방출하면서 기압계를 재편했고, 하층의 수증기를 급격히 한곳으로 모아 파괴적인 폭풍을 빚어낸 것이다.

지표면 온도가 완성한 폭우 예측의 퍼즐

이 인과관계를 철저히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한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통상적인 해수면 온도(SST) 데이터만을 입력한 첫 번째 대조군 실험에서 모델은 고원의 지표면 승온을 시뮬레이션하지 못했고, 캘리포니아를 덮친 극한 강수도 전혀 예측해내지 못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실험에서 연구팀이 초겨울 티베트고원의 실제 관측 지표 온도를 모델의 초기 조건으로 입력하자, 모델은 태평양을 건너는 거대한 대기 파동열을 완벽하게 재현했으며 수주일 뒤 캘리포니아에 쏟아진 폭우를 정확하게 예측해냈다. 실험 결과는 티베트고원의 지표면 온도가 지구 반대편의 극한 폭풍을 촉발하는 핵심적인 인과 사슬임을 명확히 입증했다.

오랫동안 장기 계절 예보는 해수면 온도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으며, 고지대 육지가 지닌 강력한 열역학적 변화를 간과해 왔다. 이번 연구는 바다의 수온만 쳐다보는 방식으로는 지구 기후가 보내는 결정적인 위험 신호를 놓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고원의 체온계가 넓히는 기상 조기 경보의 지평

이번 연구는 기상 재난 방재에 매우 값진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겨울철 폭우 피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태평양 바다 수온만 살필 것이 아니라, 1만 km 떨어진 티베트고원의 ‘체온’을 함께 살펴야 한다.

초겨울 티베트고원의 지표면 온도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면, 미 서부 연안의 도시들은 방재를 위한 수주일간의 귀중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수자원 관리자들은 저수지 수위를 선제적으로 조절하여 방류 용량을 확보할 수 있고, 방재 당국은 산사태 위험 지역 점검과 도심 침수 방지벽 구축 등 대응 태세를 사전에 완비할 수 있다.

아시아 내륙의 얼어붙은 고원에서 북미 대륙 연안의 거센 폭풍우에 이르기까지, 지구 기후 시스템은 긴밀하게 하나로 얽혀 있다. 초겨울 티베트고원의 열기가 제트기류의 궤도를 틀어놓고, 하늘의 거대한 수증기 강이 쏟아부을 좌표를 결정한다. 먼 고원이 보내오는 열기 신호를 정확하게 포착해야만, 파괴적인 폭풍이 상륙하기 전에 견고한 방어 방패를 펼칠 수 있다.

참고 링크:

  • Science Advances 원문 논문
  • The Conversation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