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90년 된 수학 난제를 반증했다는 소동, 범인은 검증 도구의 버그였다
7월 말, 한 AI가 수학계를 90년 가까이 괴롭혀 온 콜라츠 추측을 자신이 반증했다며 반예시를 제시했다. 근거는 컴퓨터가 한 줄씩 검증할 수 있는 빈틈없는 ‘기계 증명’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가 환호하기도 전에 진실이 드러났다. 그 ‘반예시’는 수학 검증 도구 자체의 버그가 만들어낸 환각이었다. 더 역설적인 것은 이 도구의 존재 목적이 바로 AI의 환각을 없애는 것이었다는 점이다.
오늘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자세히 다루고자 한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가 알아야 할 이야기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회적으로 함께 직면한 질문, 즉 ‘AI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가?‘라는 문제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90년 된 문제부터 이해하기
콜라츠 추측의 규칙은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아무 양의 정수를 하나 생각해보자. 짝수면 2로 나누고, 홀수면 3을 곱한 뒤 1을 더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6에서 시작해보자. 6은 짝수이므로 2로 나누면 3이 된다. 3은 홀수이므로 3을 곱하고 1을 더하면 10이 된다. 10은 짝수이므로 2로 나누면 5가 된다. 5는 홀수이므로 3을 곱하고 1을 더하면 16이 된다. 이후 16, 8, 4, 2, 1로 이어진다. 1에 도달하면 어떻게 될까? 1은 홀수이므로 3을 곱하고 1을 더하면 다시 4가 되어 4-2-1 순환을 무한히 반복하게 된다. 결국 이 문제는 **“어떤 수에서 시작하더라도 마지막에는 항상 4-2-1 순환으로 떨어지는가?”**를 묻고 있다.
1937년 독일 수학자 로타르 콜라츠가 이 문제를 제기한 이래, 지금까지 증명에 성공한 사람도, 반예시를 찾은 사람도 없다. 컴퓨터로 (2^{68})(약 2천만 억) 이하의 모든 숫자를 검증해 보았지만 모두 1로 돌아왔다. 하지만 수학자들은 타협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숫자를 검증해도 증명이 되지는 않는다. 전 세계의 흰 백조를 수억 마리 관찰했다고 해서 모든 백조가 하얗다고 증명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헝가리의 천재 수학자 폴 에르되시는 **“수학은 아직 이런 문제에 직면할 준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규칙은 간단하지만 장어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이 문제의 난제성이다.

그림: 콜라츠 추측의 숫자 나무 - 20단계 이내에 1에 도달하는 모든 숫자가 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 출처: Wikipedia (All Collatz sequences of a length inferior to 20)
AI의 ‘대돌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7월 25일, 컴퓨터 과학자 라마나 쿠마르가 코드 저장소를 공개하며 ‘반증’을 제시했다. 특정 거대한 숫자에서 출발하면 다시는 1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주장이었으며, 추측을 정면으로 뒤엎는 내용이었다. 핵심 셀링 포인트는 이 반증이 AI의 도움을 받아 작성된 기계 검증 가능한 증명이라는 점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핵심적인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최근 수학계에서는 증명을 특정한 프로그래밍 언어의 코드로 작성한 뒤 Lean이라는 ‘증명 컴파일러’에 입력하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Lean은 가장 엄격한 채점관처럼 작동하여 증명의 모든 단계를 분해하고 한 줄씩 검사한다. 논리적 비약이 단 한 곳이라도 있으면 즉시 빨간 불을 켜며 거부한다. Lean의 검사를 통과한 증명은 이론적으로 틀릴 수 없다. 이는 단순히 ‘이론상’이 아니라, 인간 심사의 소홀함과 편견을 기계의 철저한 검증으로 대체하는 것이 Lean의 설계 목표다.
이 도구의 비중은 매우 크다. 운영체제의 보안 커널, 암호화폐의 핵심 프로토콜, 수만 개의 수학 정리 검증이 모두 이 ‘기계 검증’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AI 환각을 종식시킬 최종 수단’으로 부르기도 했다. AI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기계가 최종 관문을 지켜주면 된다는 논리였다.
따라서 쿠마르가 ‘Lean 검증을 통과한 반예시’를 내놓았을 때 전문가들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증명이 정말로 기계 검증을 통과했다면 90년 된 난제가 무너진 셈이기 때문이다. 소식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AI가 90년 된 수학 난제를 뒤엎었다”라는 헤드라인이 도배되었다.
진실: 채점관 스스로가 오류를 범했다
반전은 금방 찾아왔다. 7월 28일, 다른 연구자가 이 반증을 최소한의 논리적 모순으로 압축하여 Lean 공식 버그 트래커에 이슈 #14576을 등록했다. 버그 제목은 냉정했다. “커널이 잘못된 유형의 투영을 허용하여 전제 조건 없이 거짓 명제를 증명할 수 있음”(kernel accepts ill-typed projection, allowing proof of false without premises).
쉬운 말로 풀자면, 절대 틀리지 않는다던 채점관이 자신 핵심 검사 단계에서 절차 하나를 누락한 것이다. 중첩된 데이터 타입을 검사할 때 특정 위치에서 ‘타입 이름이 일치하는지’ 확인하지 않았다. 그 결과 AI가 구성한 ‘증명’ 속에 숨겨져 있던 부적격 부품이 그 틈새를 몰래 통과해 버렸다. 기계가 “검증 완료”를 선언한 순간, 실제로는 환각에 도장을 찍어준 셈이었다.

그림: 콜라츠 규칙에 따른 작은 숫자들의 궤적. 모두 1로 모인다. 출처: Wikipedia (Collatz graph, skipping 27)
이어 가장 드라마틱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Lean 커뮤니티에는 오래 전부터 ‘이중 안전장치’ 설계가 존재했다. 공식 채점관 외에도 다른 언어로 다른 팀이 만든 독립적인 제3자 검증기가 존재하여 공식 검증 결과를 교차 검증하도록 되어 있었다. 이 독립성 가정이 ‘기계 검증’ 신뢰 사슬의 퓨즈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퓨즈마저 나가버렸다. 사후 분석 결과 서로 관련 없는 두 개의 버그를 동시에 건드려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공식 커널은 중첩 타입 검사를 누락했고, 독립 검증기는 투영 검사의 다른 부분을 놓쳤다. 서로 다른 코드 베이스의 구석에 숨어 있던 두 버그가 동일한 ‘반증’ 코드 하나에 의해 동시에 작동한 것이다. 독립 검증기의 버그는 우연히 일주일 전에 수정되었으나, AI가 사용한 버전은 수정 전 버전이었다. Lean의 제작자인 레오 데 모우라는 사후 분석에서 “작성자는 시점이 우연이라고 믿지만, AI가 학습 데이터에서 해당 버그 리포트를 보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솔직하게 밝혔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서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두 개의 독립된 구현체가 동일한 총알에 동시에 뚫릴 확률은 극히 낮다. 이는 운이 극도로 나빴거나, 아니면 그 ‘반증’ 자체가 버그를 정밀하게 겨냥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데 모우라는 다음과 같이 진단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AI는 커널의 사운드니스 버그를 찾아내고 이용하는 데 매우 탁월하다.” 버그 리포트 제출 후 한 시간 만에 패치가 배포될 만큼 커널 아키텍처 자체는 건강했지만, 그것을 발견하게 만든 계기는 AI의 ‘놀라운 돌파’였다.
검증자는 누가 검증하는가?
이 사건의 여파는 사건 자체보다 더 깊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버그가 발견된 후 OpenAI는 사이버 보안 전문 AI 연구원을 파견하여 Lean 커널 감사 작업을 도왔고, 커널 내부의 다른 프로그래밍 오류 몇 개를 추가로 찾아내어 수정했다. 바꾸어 말하면, AI를 막기 위해 만든 도구를 이제 AI를 이용해 버그를 잡고 있는 셈이다.
한편 ‘Lean으로 Lean 자신을 검증’하려는 프로젝트(검증기 자체를 검증 대상 체계 속에 작성하는 프로젝트)는 아직 문제가 발생한 코드 영역을 커버하지 못했으며, 이식된 코드 조각 안에도 동일한 버그가 잠자고 있었다. 검증에는 단계가 존재한다. AI의 결과는 검증기가 지키고, 검증기는 독립된 두 번째 구현체가 지킨다면, 두 번째 구현체는 누가 지키는가? 각 단계마다 공정과 비용이 추가되지만 ‘최종 단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엔지니어링 상식대로 ‘기계 검증됨’은 언제나 확률적 속성일 뿐이다. 검증이 깊어지고 독립성이 높아질수록 오류 확률은 낮아지지만 결코 0이 될 수는 없다.
일반인들에게 이 사건이 주는 가장 큰 가치는 기대치를 조율하는 데 있다. 다음에 “AI가 100년 된 난제 해결”, “AI가 정리 증명”과 같은 헤드라인을 보게 된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져볼 수 있다. 검증한 주체가 사람인가, 기계인가? 기계라면 그 기계 자체는 검증되었는가? 그렇다고 해서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라는 허무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이번 사건에서 수학 자체는 전혀 손상되지 않았고 콜라츠 추측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버그는 공개되었고, 수정되었으며, 교과서적인 회고로 기록되었다. 시스템에 버그가 존재했지만, 시스템이 버그를 소화하고 해결하는 방식이야말로 그 시스템을 신뢰할 수 있는 진짜 이유다.
신뢰는 언제든 한 고리가 끊어질 수 있는 사슬과 같다. 현명한 사람은 사슬이 절대 끊어지지 않는 척하지 않고, 주기적으로 각 고리를 점검할 뿐이다. 이번에는 AI가 거짓 돌파라는 방식으로 그 사슬의 한 구석에 있던 균열을 우리 대신 찾아준 셈이다.
참고 링크:
- Leo de Moura 사후 분석: Lean 커널 사운드니스 버그 #14576 전체 회고
- Lobsters 토론 (ojcl8j): 커널 버그에 대한 커뮤니티 토론 (48점 추천)
- Wikipedia: 콜라츠 추측 (규칙, 역사 및 검증 진행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