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뿐인 줄 알았던 마법 육각형, 알고 보니 무한히 존재한다

2개뿐인 줄 알았던 마법 육각형, 알고 보니 무한히 존재한다

수학대중과학증명

데이터 소스:HN + web research · HN

단 하나의 마법 육각형을 찾기 위해 미국 철도 직원 클리포드 아담스(Clifford Adams)는 반세기 가까운 세월을 바쳤다. 1910년에 연구를 시작해 1957년에야 답을 찾아냈다. 그런데 2026년 8월 2일, 새로운 증명이 훨씬 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다. 3차 이상의 모든 차수에서 마법 육각형이 존재하며, 원하는 차수가 있다면 공식에 따라 곧바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원문 글은 gukov.dev에 게시되었으며, Hacker News 토론에서 178개의 추천을 받았다. 댓글 창에서는 정교한 구성 아이디어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이제 그 전말을 자세히 풀어보고자 한다.

3x3 마방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3x3 가로세로 칸에 1부터 9까지의 숫자를 채워 넣어 가로, 세로, 두 대각선의 합이 모두 15가 되도록 만드는 것. 이것은 초등 수학 퀴즈 단골 손님이자 마방진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고대 중국의 서적에 등장하는 낙서(Luoshu)가 바로 이것이다.

마방진은 4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수학자들은 이미 이를 완벽하게 밝혀냈다. 격자의 크기가 얼마이든 직접 생성할 수 있는 알고리즘이 존재한다. 마법 육각형(Magic Hexagon)은 마방진의 육각형 친척이다. 칸을 벌집 모양으로 바꾸고 숫자들을 세 방향의 직선을 따라 배열하여, 모든 직선상의 합이 같아지도록 요구한다. 한 변의 길이가 $n$개 격자인 것을 $n$차라고 부르며, 전체 격자 수는 $3n^2-3n+1$개다. 3차는 19개 칸으로 이루어져 1부터 19까지의 숫자가 딱 들어맞는다.

일반 마방진과 달리 육각형의 직선은 길이가 일정하지 않다. 똑같이 ‘하나의 직선’이라고 불러도 어떤 선은 3칸, 어떤 선은 5칸을 지나지만 합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 이 조건 하나만으로도 3x3 마방진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다.

표준 버전: 단 두 개의 해만 존재한다

표준 버전은 숫자가 1부터 시작하는 연속된 자연수이어야 한다는 제약을 가진다. 이 버전은 대단히 한정적이다. 표준 조건에서 마법 육각형은 단 2개, 즉 1차와 3차만 존재한다. 1차는 단 하나의 칸에 1을 적는 것이고, 3차는 1부터 19까지 채워 넣어 세 방향의 총 15개 직선의 합이 모두 38이 되는 형태다. 회전이나 대칭을 제외하면 다른 배치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고전적인 3차 마법 육각형 그림: 1부터 19까지의 숫자를 채운 고전적인 3차 마법 육각형. 모든 직선의 합은 38이다. 출처: Wikipedia

‘단 두 개뿐’이라는 사실은 수학적으로 증명되어 있으며, 그 증명은 매우 짧다. 격자 속 숫자를 모두 더하면 각 직선의 합은 반드시 정수가 되어야 한다. 나눗셈 조건을 정리해 나가면 오직 $n=1$과 $n=3$만이 정수 조건을 만족한다. 2차는 아예 존재하지조차 않는다. 2차에서 계산되는 각 줄의 합은 28/3이라는 분수가 되어 즉시 탈락한다.

3차의 해는 역사상 수없이 재발견되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철도 직원 클리포드 아담스가 1910년부터 1957년까지 연구한 끝에 답을 찾고, 마틴 가드너(Martin Gardner)가 1963년 수학 칼럼에 소개한 이야기다. 하나의 수수께끼, 한 사람, 그리고 반평생의 세월이었다.

옆문 열기: 1이 아닌 다른 수에서 시작하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났어야 했다. 대다수의 판단은 육각형 방식의 길은 여기서 끝났으며, 마법 육각형은 희귀한 예외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 두 개뿐’이라는 증명은 ‘숫자가 1부터 시작한다’는 조건에만 적용된다. 시작점을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9부터 9까지 배열한다면?

제약 조건을 아주 조금만 완화하자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이러한 ‘변형 마법 육각형’은 3차, 4차, 5차, 6차… 계속해서 발견되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매우 컸다. 공식도 기존 알고리즘도 없어 엄청나게 넓은 순열 공간에서 일일이 탐색해야 했고, 몇 년에 하나씩 겨우 찾아낼 수 있었다. 다음 차수에도 해가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기에 새로운 기록이 나올 때마다 뉴스거리가 되었다. 가장 큰 것은 2024년 클라우스 메퍼트(Klaus Meffert)가 AI를 활용해 찾아낸 10차였다. 이 길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몰랐고, 대부분은 얼마 못 가서 끝날 것이라 믿었다.

새로운 증명: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내다

2026년 8월 2일, gukov.dev에 새로운 결과가 올라왔다. “3차 이상의 모든 차수에서 마법 육각형이 존재한다.” 단어 선택에 주목해야 한다. ‘몇 개를 더 찾았다’가 아니라 ‘모두 존재한다’로, 단번에 무한히 많은 차수를 정복한 것이다.

저자의 비결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대칭성의 추가다. 0을 중앙에 두고 맞은편 격자끼리 서로 부호가 반대인 수가 되도록 배치했다. 이렇게 하면 중앙을 지나는 직선은 자동으로 합이 0이 되며, 다른 직선의 제약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두 번째는 시각의 전환이다. 육각형을 하나의 ‘포텐셜 장’ 지형도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 표현 방식에서는 모든 직선의 합이 0이 되는 조건이 알아서 성립하므로 일일이 맞출 필요가 없다.

새로운 방식으로 구성된 50차 마법 육각형 그림: 새로운 구성 알고리즘으로 직접 생성된 50차 마법 육각형. 7,351개의 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든 직선의 합이 같다. 출처: gukov.dev

50차 마법 육각형의 포텐셜 장 시각화 그림: 동일한 50차 육각형의 ‘포텐셜 장’ 시각화. 지형도와 같은 형태를 띤다. 제약 조건이 자동으로 만족되면 나머지 작업은 숫자를 채우는 것뿐이다. 출처: gukov.dev

탐색 공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저자는 AI를 이용해 전용 솔버를 작성하고, 집 서버의 24개 코어로 며칠 동안 계산을 수행하여 3차부터 10차까지 모두 찾아냈다. 그러나 이것은 서곡에 불과했다. 아무리 많이 찾아내도 결국 유한한 개수일 뿐이기 때문이다. 진정한 돌파구는 직접 만들어내는 구성적 증명에 있었다. 먼저 일부 차수를 공식에 따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한 뒤, 이를 단계적으로 확장하여 최종적으로 모든 차수를 정복했다. 과정이 단번에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 중간에 멈춰 서서 ‘무한히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먼저 증명하는 단계를 거친 뒤에야 모든 제한을 철폐할 수 있었다. 구성의 핵심 도구는 랭포드 수열(Langford sequence)이라 불리는 조합론적 구조였다. 증명 과정에는 AI 정리 증명 도구가 활용되었으며, 대화 기록 전체가 온라인에 공개되었다.

댓글 창에서 사람들이 감탄한 이유는 무엇일까? 구성적 증명은 단순히 ‘존재한다’고 말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순서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임의의 차수의 마법 육각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알고리즘을 제공한다. 저자는 덤으로 50차와 500차 완성품을 직접 만들어 공개했다. 500차에는 74만 개가 넘는 칸이 존재한다. 수치만 보면 어지러워 보이지만, 포텐셜 장 시각화로 바꾸면 경사면, 능선, 골짜기가 이어지는 매끄러운 지형이 나타난다. 탐색으로 찾아낸 결과물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다.

왜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가

보통 사람들은 질문할 수 있다. “하나 찾았으면 된 것 아닌가, 왜 굳이 증명까지 하는가?” 탐색으로는 결코 완전한 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10차를 찾았더라도 100차가 남아 있고, 100차를 찾았더라도 10,000차가 남아 있다. 검증은 언제나 유한하지만, 증명만이 무한을 아우를 수 있다. 몇 줄의 공식으로 무한의 세계를 아우르는 것, 이것이 존재 증명이 지닌 무게다. 또한 실용적인 목적도 있다. 해가 존재함을 확신해야 후대의 연구자들이 더 아름다운 해를 찾아 나설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이 증명의 한계도 명확히 짚어야 한다. 아직 형식 검증을 거치지 않았고 독립적인 동료 검토(peer review)도 받지 않은 상태이며, 저자 역시 글에서 이 점을 명시했다. 또한 2차는 여전히 존재하지 않는다. 저자는 토론장에서 2차의 경우 구조상 중복된 숫자가 강제로 나타남을 확인했다. 수학의 원칙은 변함이 없다. 새로운 결과는 동료들의 검증을 거쳐야 한다.

상상보다 멀리 있는 경계

이 이야기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기존의 증명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전 증명은 ‘1부터 시작하는’ 모든 큰 차수를 확실히 막아서고 있었다. 수학에서 ‘여기까지’라는 결론은 종종 특정한 규칙 하에서만 성립한다. 정문을 막아선 옛 증명 앞에서 새 증명은 옆문으로 들어섰다. 시작점을 한 칸 옮기자 무한히 많은 해가 문밖에 서 있었던 것이다.

철도 직원이 반평생을 바쳐 찾았던 결과를 이제는 한 페이지의 공식으로 원하는 만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다. 글을 마치며 드는 생각은, 수학의 경계가 흔히 세상의 경계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그어놓은 경계일 뿐이라는 점이다. 다음에 3x3 마방진을 보게 된다면 그 육각형 친척을 떠올려 보라. 벌집 깊은 곳, 모든 차수마다 불이 켜진 계단이 펼쳐져 있다.

참고 링크:

  • gukov.dev: There Are Magic Hexagons of Every Order
  • HN 토론 (item?id=49229174)
  • Wikipedia: Magic hexagon
  • Wikipedia: 마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