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연구진의 7년 추적 관찰,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9% 낮춘다

옥스퍼드 연구진의 7년 추적 관찰,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이 심혈관 질환 위험을 9% 낮춘다

과학건강

데이터 소스:Science News + Nature Medicine

수많은 중장년층이 병원을 찾아 대상포진 백신을 맞는 주된 이유는 옆구리나 얼굴에 생기는 극심한 통증의 물집을 피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2026년 8월 2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실린 최신 연구는 뜻밖의 희소식을 전했다. 피부 발진을 막기 위해 맞은 백신 주사가 심혈관계통에 뜻밖의 방탄조끼를 입혀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옥스퍼드 대학 연구팀이 7년 동안 환자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새로운 유전자 재조합 백신을 접종한 이들에게서 심장마비와 뇌졸중 발생률이 현저하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의 주인공은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인 싱그릭스(Shingrix)다. 이 백신은 어린 시절 수두를 앓게 한 뒤 평생 신경절 깊은 곳에 잠복하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 VZV)를 표적으로 한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고통스러운 수포를 막는 것으로만 알려졌으나, 그 보호 효과가 심장과 혈관으로까지 확장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림: Science News가 보도한 대상포진 백신의 심혈관계 잠재적 보호 효과. 출처: Science News / Meghan Rosen

보건 정책 전환점을 활용해 3만 6천 쌍의 데이터로 편향 제거

관찰 연구는 언제나 까다로운 함정에 부딪힌다. 자발적으로 백신을 챙겨 맞는 사람들은 대체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건강한 사용자 편향(healthy-user bias)‘은 백신 자체의 효능 때문인지 아니면 우수한 생활 습관 덕분인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가리기 어렵게 만든다. 옥스퍼드 대학의 데이터 과학자인 막심 타케(Maxime Taquet) 연구팀은 미국의 자연스러운 정책 전환 시점을 포착해 이 난제를 돌파했다.

미국 보건 당국은 2017년 가을, 기존의 생백신(Zostavax) 사용을 중단하고 예방 효과가 훨씬 뛰어난 재조합 백신 싱그릭스로 전면 교체하는 결정을 내렸다. 연구팀은 전자의무기록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교체 직전인 2017년 4월부터 9월까지 구형 생백신을 맞은 36,460명과 교체 직후인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 신형 백신을 맞은 36,460명을 추출했다. 두 집단 모두 자발적으로 접종에 참여했으나 단지 6개월의 시차 때문에 서로 다른 백신을 맞게 된 사람들이다.

연구팀은 성향 점수 매칭(Propensity Score Matching) 기법을 적용했다. 그 결과 두 집단은 나이와 기저 질환, 의료 이용 빈도 등 모든 배경 변수에서 사실상 동일한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 설계는 무작위 임상시험과 유사한 엄밀성을 확보하여 생활 습관으로 인한 교란 요인을 말끔히 제거했다.

그림: Nature Medicine 논문에 실린 신구 백신 전환 설계 및 7년간의 누적 질환 발생률 비교 곡선. 출처: Nature Medicine

7년 추적 관찰, 1,000명당 13건의 심혈관 위기 예방

7년간의 장기 추적 관찰 결과는 놀라웠다. 신형 재조합 백신을 맞은 접종군은 구형 백신 접종군에 비해 복합 심혈관 질환의 전반적인 발병 위험이 9% 낮았다. 세부 질환별로는 심근경색을 비롯한 허혈성 심장질환 위험이 10% 감소했고, 심부전 위험은 12% 줄었다. 특히 남성의 경우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12% 낮아졌으며 심방세동 발생률도 7% 하락했다.

타케 박사는 이 수치를 일상적인 직관으로 환산해 설명했다. 7년의 추적 기간 동안 구형 백신 그룹에서는 1,000명당 109명에게서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 반면, 신형 백신 그룹에서는 96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백신 접종자 1,000명당 13명이 치명적인 심혈관 위기를 모면했음을 의미한다. 3만 6천 쌍이라는 표본 크기는 소도시 인구에 맞먹는 규모로 통계적 신뢰도가 매우 높다.

연구진은 민감도 분석도 병행했다. 이 연구 결과를 뒤집으려면 아직 측정되지 않은 잠재적 교란 요인의 영향력이 1.42배 이상 강력해야 한다. 이는 신형 백신이 제공하는 심혈관 보호 효과가 매우 견고함을 뒷받침한다.

신경 속 잠복 바이러스를 제압해 혈관 만성 염증을 끄다

피부 발진을 예방하는 백신이 어떻게 심장 혈관까지 보호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이러스의 은밀한 잠복 습성에 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사라지지 않고 척수와 뇌 신경절 깊숙한 곳에 수십 년간 동면 상태로 숨어든다.

노화나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약화되면 바이러스는 신경을 타고 피부 표면으로 올라와 극심한 통증과 수포를 일으킨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신경과 맞닿은 미세 혈관 주변에서 재활성화되면 피부 겉면뿐 아니라 혈관 내피세포까지 직접 자극하여 전신적인 만성 염증 반응을 촉발한다. 이러한 염증은 동맥경화를 가속하고 혈전 생성을 유도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뇌관을 당긴다.

유전자 재조합 백신은 훨씬 강력하고 오래 지속되는 면역 반응을 유도해 잠자던 바이러스를 억제한다. 바이러스의 준동을 봉쇄함으로써 혈관 내부를 갉아먹던 만성 염증의 불길까지 함께 진화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혈관벽의 죽상반 파열과 혈전으로 인한 폐색 위험을 낮춰준 셈이다.

질환의 경계를 허무는 교차 보호, 임상시험을 통한 추가 검증 기대

백신의 예기치 못한 교차 보호 효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연구에서도 독감 백신이나 폐렴 백신을 맞은 고령자들에게서 심장마비 발생이 감소한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2025년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은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치매 발병 위험을 20% 낮추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표했으며, 타케 연구팀 역시 2024년 연구에서 신형 백신이 치매 예방에 더 우수함을 확인했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 단일 사망 원인 1위의 치명적인 질병이다. 발병 위험을 몇 퍼센트만 낮출 수 있더라도 접종 대상이 수천만 명에 이르는 만큼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다. 타케 박사는 “이러한 부가적 혜택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향후 대규모 무작위 임상시험을 통해 인과관계가 최종 확인된다면 공중보건 예방 지침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자 재조합 대상포진 백신은 바이러스 억제를 통해 혈관의 만성 염증을 가라앉힘으로써 심장의 안전까지 지켜냈다. 방대한 실제 임상 데이터를 통해 확인된 이번 발견은 중장년층 심혈관 질환 예방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참고 링크:

  • Science News 보도
  • Nature Medicine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