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알고리즘이 당신의 결정을 대신하는 시대: 주의력을 되찾는 느린 인터넷으로의 회귀

추천 알고리즘이 당신의 결정을 대신하는 시대: 주의력을 되찾는 느린 인터넷으로의 회귀

추천 알고리즘주의력인터넷 역사

데이터 소스:HN + web research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단순히 시간을 때우고 있다고 생각할 때, 실은 화면 뒤에서 돌아가는 추천 알고리즘이 당신의 수명을 정밀하게 갉아먹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해커뉴스(Hacker News) 커뮤니티에서는 ‘Attention is all you have(당신이 가진 전부는 주의력뿐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517점의 추천과 152개의 댓글을 기록하며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이 제목은 2017년 인공지능 분야의 지형을 바꾼 유명한 트랜스포머(Transformer) 논문 ‘Attention Is All You Need’를 위트 있게 패러디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본문을 열어보면 대형 언어 모델의 신경망 아키텍처나 어텐션 메커니즘에 관한 분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 글은 현대인에게 훨씬 더 절박하고 피부에 와닿는 문제, 즉 ‘주의력 하이재킹(attention hijacking)‘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논의의 초점을 우리가 매일 응시하는 일상의 디스플레이로 되돌려놓은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똑같은 글이 긱(geek) 성향의 개발자 커뮤니티인 랍스터스(Lobsters)에 공유되었을 때는 고작 13점의 추천과 댓글 0개라는 싸늘한 반응을 얻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다. 두 개발자 커뮤니티 사이에서 나타난 이 극명한 온도 차이 자체가 오늘 테크 생태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테트리스 효과가 화면을 지배하다

원문 작성자는 심리학에서 널리 알려진 ‘테트리스 효과(Tetris effect)‘를 인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몇 주 동안 매일 테트리스 게임에 깊이 몰입하고 나면 뇌에는 기묘한 변화가 일어난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 길거리의 건물 외벽, 일상적인 가구의 윤곽을 보면서도 무의식중에 블록을 끼워 맞출 빈자리를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심지어 잠자리에 들어 눈을 감을 때조차 눈꺼풀 뒤로 끊임없이 낙하하는 기하학적 도형들이 아른거린다.

이 현상은 차가운 신경과학적 진실을 드러낸다. 사람이 오랜 시간 집중해서 바라보는 대상이 결국 그 사람의 사고방식 자체를 재구성한다는 사실이다. 이 작동 원리가 현대의 모바일 인터넷 환경으로 옮겨왔을 때의 결과는 대단히 불길하다. 유튜브를 켤 때 당신의 원래 목적은 팬케이크 조리법이나 수채화 튜토리얼 영상을 보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추천 엔진은 주가 폭락 예측, 기후 재앙의 위기, 중동 정세의 지정학적 분석 영상으로 당신을 미끄러지듯 유도한다. 끝없는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에 빠져들게 만들어 화면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광고를 몇 번이라도 더 클릭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음악 스트리밍과 비즈니스 소셜 미디어도 정확히 같은 문법으로 작동한다. 스포티파이(Spotify)의 재생 목록은 이미 오래전에 알고리즘이 장악했다. 실제 인기곡 사이사이에 AI가 생성한 음악을 은밀하게 끼워 넣는데, 이는 살아있는 음악가들에게 지불해야 할 비싼 음원 저작권료를 아끼기 위한 꼼수다.

링크드인(LinkedIn) 역시 마찬가지다. 매일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실제 커리어 소식은 완전히 낯선 타인들이 쏟아내는 거창한 훈계성 글들 아래 깊숙이 묻힌다. 그 낯선 이들이 당신의 타임라인에 나타나는 유일한 이유는 그들이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가 투자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열심히 홍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딧(Reddit) 같은 텍스트 기반 커뮤니티에서는 한층 더 기괴한 풍경이 펼쳐진다.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실제 사용자 후기’를 찾아보려 해도, 화면 너머에서는 대형 언어 모델과 러시아 봇 계정들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작성자는 단호한 결론을 내린다. 화면에 무엇이 나타날지 남에게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자신의 뇌로 통하는 열쇠를 타인의 손에 넘겨주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

게임보이와 테트리스 블록 사진: 게임보이와 흩어진 테트리스 블록. 출처: 원문 alicegg.tech

30년 동안 제자리에 멈춰 선 브라우저 북마크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그 열쇠를 가로챘는지 이해하려면,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지배하기 이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고전적인 인터넷 시대에 웹 서핑은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스스로 시작하여 일이 끝나면 접속을 끊는 능동적인 행동이었다. 당시에는 누구나 공들여 분류한 북마크 목록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클릭에는 분명한 의도가 담겨 있었다.

새로운 게임 출시 일정을 확인하러 전문 웹진을 찾고, 코드를 검색하기 위해 튜토리얼 사이트에 들르며, 몇 달에 한 번씩만 새 글이 올라오는 애니메이션 블로그의 장문 리뷰를 기다리거나, 1990년대 외화 드라마의 설정을 찾아 위키 페이지를 뒤적였다. 물론 그 시절 인터넷에도 조악한 콘텐츠는 넘쳐났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드라마티카(Encyclopedia Dramatica)나 로튼닷컴(Rotten.com) 같은 악취미 사이트들은 언제나 존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는 그런 사이트들을 보려면 이용자가 직접 발품을 팔아 그곳으로 찾아가야만 했다는 점이다.

그 시절에는 팬케이크 레시피나 고양이 영상을 보고 난 직후 기괴한 엽기 사진이나 극단적인 정치 선전물이 강제로 추천되는 일 따위는 결코 없었다. 주도권은 온전히 사용자 본인에게 있었으며, 브라우저의 북마크야말로 그 자율권을 행사하는 실체적인 조종 장치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핵심 기능은 이후 30년 동안 완전히 제자리에 멈춰 서 버렸다.

해커뉴스 토론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이는 econ이라는 사용자였다. 그는 1993년의 NCSA 모자이크(Mosaic) 브라우저가 이미 방문 기록 전체에 대한 전문 검색 기능을 지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환기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이 흐르는 동안 소프트웨어 업계가 내놓은 것이라고는 초창기 야후 디렉터리 수준으로 조악한 북마크 관리 체계뿐이었고, 발전은 거기서 영원히 멈추었다. 오늘날 파이어폭스(Firefox)에서는 네이티브 RSS 구독 기능마저 제거된 반면, 주소창 옆에는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보 정리가 수익성 없는 사업으로 전락한 이유

사용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던 북마크 기능은 어째서 이토록 쇠락했을까? 해답은 웹 비즈니스 모델의 구조적 변화 속에 숨어 있다. econ은 댓글에서 검색 광고 수익이 지나치게 막대해졌기 때문이라고 정곡을 찔렀다. 사용자가 검색을 실행할 때마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이 정착되자, 사용자가 로컬 환경에서 웹사이트를 스스로 정리하고 다시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 자체가 플랫폼 기업에게는 돈이 되지 않는 비즈니스가 되어버렸다.

10년 전에는 매일 방문했지만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독립 웹사이트들 역시 당시에는 활발한 트래픽을 누렸다. 그러나 유입되는 트래픽을 효과적으로 수익화할 수 없게 되자 운영자들은 사이트를 유지할 유인을 잃어버렸다. 사용자의 주의력은 분산되고 자급자족하던 개별 웹사이트라는 작은 섬에서, 소수의 거대 기업이 독점하는 알고리즘 피드로 강제로 흡수되었다.

토론장에서는 구글이 이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북마크를 고사시켰는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한쪽 진영에서는 명백한 사업적 음모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북마크는 구글의 검색 트래픽과 직접적으로 경쟁한다. 사용자가 북마크를 통해 목적지로 곧장 이동하면 구글은 광고를 노출할 기회를 한 번 잃게 되므로, 북마크 이용을 위축시킬 충분한 동기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전직 구글 엔지니어인 nostrademons는 다른 각도의 구조적 논리를 제시했다. 구글의 매출은 구매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상업적 검색 쿼리에서 사실상 100% 창출된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프로그래밍 검색, 무료 도구 탐색, 단순한 내비게이션 목적의 이동과 같은 비상업적 검색은 사용자가 필요할 때 무의식적으로 구글을 찾도록 습관을 들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에 불과하다. 2010년대 구글의 진짜 경쟁 상대는 딜리셔스(del.icio.us)나 야후 북마크가 아니라 아마존이었다. 구글이 북마크 기능을 개선할 유인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의도적인 표적 사살이라기보다는 방임과 무관심, 그리고 사용자 선택의 변화가 빚어낸 자연사에 가깝다는 반박이다.

오래된 밈 스티커 조합 사진: 오래된 인터넷 밈 스티커 사진. 출처: 원문 alicegg.tech

인간의 게으름 탓으로 제품의 결함을 가리는 기만

사업적 동기에 대한 논쟁과 더불어, 북마크 시스템의 퇴행을 인간의 타고난 본성 탓으로 돌리는 시각도 적지 않은 지지를 받았다. 한 댓글 작성자는 일상에서 세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늘어놓기만 할 뿐 스스로 정리하기를 거부하며, 부모들은 주유할 때마다 연비를 적던 수첩 기록을 포기했고, 수표책 잔액을 꼼꼼하게 관리하는 습관도 자동 결제와 금융 앱에 밀려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 사례들이 가리키는 결론은 하나다. 인간은 본래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행동과 직접 관련 없는 사후 정리 작업을 극도로 꺼린다는 사실이다. 사용자가 태생적으로 복잡한 폴더 정리를 귀찮아한다면, 로컬 북마크를 포기하고 통합 검색창과 무한 스크롤 피드를 제공하는 것이 제품 설계 관점에서는 자연스럽고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사용자의 게으름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이러한 논리는 즉시 날카로운 반박에 부딪혔다. 반대론자(xg15 등)들은 매섭게 되물었다. 사용자가 정리하기 귀찮아한다는 이유로 정리 도구 자체를 폐기하는 산업이 테크 업계 말고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는 것이다. 전통 산업은 도구를 더 편리하게 다듬어 사용자의 인지 부담을 줄여주려 애쓰는데, 테크 대기업들은 도구 자체를 빼앗아버렸다.

방이 어질러지면 사후에 치우는 일은 누구에게나 고역이며, 그것이 바로 아이들이 정리를 싫어하는 본질적인 이유다. 정돈을 돕는 보관 도구와 절차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귀찮다는 이유로 방을 영원히 난장판으로 내버려두고는 ‘알고리즘이 알아서 찾아줄 테니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는 것은 오만한 제품 철학에 불과하다. 더욱이 북마크가 버림받은 진짜 이유는 소프트웨어 환경의 취약성에 있었다. 운영체제를 다시 설치하거나 브라우저를 한 번 바꿀 때마다 공들여 구축한 북마크 체계가 통째로 유실되기 일쑤였다. 동기화와 백업이라는 최소한의 인프라조차 제공하지 못해 온 업계의 나태함이야말로 사용자로 하여금 정리를 포기하게 만든 진짜 주범이다.

느린 브라우징으로의 회귀: 뇌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추천 알고리즘의 포위망이 촘촘해진 오늘날, 보통 사람들은 그저 플랫폼이 떠먹여 주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문 작성자는 절망적인 한탄에 머무르지 않는다. 테크 거인들이 내팽개친 낡은 도구들을 다시 집어 들라는, 아날로그적이지만 지극히 실천적인 생존 전략을 제안한다.

스스로 신뢰할 수 있는 소스를 골라 담는 독립형 RSS 리더기로 돌아갈 것. 몇 초 만에 훑어보고 다음 화면으로 넘겨버리는 도파민 중독에 저항하며 장문의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는 훈련을 할 것. 반응 속도가 느리고 정보의 밀도가 낮은 인터넷의 고요함에 다시 익숙해질 것. 겉보기에는 퇴보처럼 보이는 이러한 습관들의 핵심 가치는 알고리즘의 연속적인 주입을 끊어내는 데 있다.

작성자가 글의 마지막에서 짚어냈듯, ‘느림’ 그 자체가 추천 알고리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 정보가 밀리초 단위로 쏟아져 들어오지 않을 때, 추천 엔진은 사용자의 무의식을 조작할 침투 경로를 잃어버린다. 주의력이란 한 번 빼앗기면 영영 되찾을 수 없는 고갈 자원이 아니다. 그것은 근육과 같아서, 의식적인 저항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원래의 탄력을 회복할 수 있는 힘이다.

참고 링크:

  • Hacker News 토론 (item?id=49787726)
  • 원문 기사: alicegg.t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