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소 고양이 유전자 검사로 100년 만에 확인된 고양잇과 신종 '레오파르두스 틸카요'

보호소 고양이 유전자 검사로 100년 만에 확인된 고양잇과 신종 '레오파르두스 틸카요'

과학동물

데이터 소스:Science News

반려묘 밥그릇을 채우고 모래를 치우는 일상 속에서 많은 이들은 고양이라는 동물을 이미 인류가 샅샅이 파악했다고 여긴다. 거실 소파를 차지한 브리티시 쇼트헤어부터 사파리와 동물원의 사자에 이르기까지, 고양잇과에 속한 동물들은 이미 오래전에 모두 도감에 등록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2026년, 남미의 한 야생동물 보호소에 머물던 작은 고양이에게서 채취한 DNA가 이러한 상식을 완전히 뒤흔들었다. 유전체 분석 결과, 몸무게가 고작 2킬로그램에 불과한 이 작은 생명체가 지금까지 인류가 전혀 알지 못했던 야생 고양잇과 신종으로 밝혀진 것이다.

살아있는 야생 고양잇과 신종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기재된 것은 100여 년 만의 일이다. 살아있는 고양잇과 신종의 마지막 공식 기록은 약 1세기 전 우루과이 팜파스고양이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에게 그토록 친숙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고양이 무리 속에서도, 야생의 한구석에는 1세기 넘게 인류의 눈을 피해 살아남은 새로운 종이 존재하고 있었다.

보호소에서 보낸 10년의 세월, 고양잇과 100년의 분류학적 침묵을 깨다

이 놀라운 과학적 발견의 출발점은 남미 볼리비아의 한 야생동물 보호소였다. 그곳에는 ‘티그리노(Tigrino)‘라는 이름의 열 살 남짓한 수컷 고양이가 살고 있었다. 티그리노는 어릴 적 1년 동안 가정집에서 애완동물로 길러지다 보호소로 보내졌고, 이후 전담 인력의 보살핌을 받으며 10년 동안 보호소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냈다.

직원들의 눈에 비친 티그리노는 남미에 흔한 작은 타이거캣(Leopardus속, 남미의 작은 점박이 야생고양이류)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나 보전생물학자 파올라 노갈레스-아스카룬스(Paola Nogales-Ascarrunz)는 돌봄 과정에서 티그리노를 세심하게 관찰했다. 그녀는 티그리노의 점무늬 분포, 꼬리의 고리 모양 패턴, 얼굴 윤곽선이 기존에 알려진 타이거캣들과 미세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혈통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티그리노의 혈액 표본을 채취했다. 아울러 야생으로 방사된 또 다른 암컷 개체의 조직 표본도 함께 확보했다. 평범해 보이던 두 마리의 구조 고양이가 100년 묵은 분류학적 수수께끼를 푸는 결정적인 열쇠가 되었다.

보호소에서 살고 있는 신종 수컷 개체 티그리노 그림: 볼리비아 야생동물 보호소에서 수년간 살아온 신종 수컷 개체 티그리노. 출처: Science News (보호소 제공 자료)

외형 관찰 대신 유전체 분석으로: 연구진이 우연히 발견한 뜻밖의 5번째 종

유전학 연구를 이끈 주역은 벨기에 앤트워프대학교의 진화생물학자 요나스 레스크루아르(Jonas Lescroart)와 국제 공동 연구팀이었다. 연구진의 원래 목표는 전유전체 분석(계통 유전체학, Phylogenomics) 기법을 활용하여 남미 타이거캣속 동물들의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계통 분류를 재정립하는 것이었다.

야생 타이거캣은 개체마다 털무늬가 매우 다양하고 지리적 분포도 넓어 학계에서 오랫동안 분류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 레스크루아르 연구팀 역시 남미의 타이거캣이 2종에서 4종 정도의 독립된 종으로 정리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유전체 데이터 분석이 마무리되었을 때, 결과는 연구진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DNA 계통수는 명확하게 5개의 독립된 유전적 가지로 나뉘었으며, 그중 하나는 기존에 알려진 어떤 종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 숨겨진 새로운 종에는 Leopardus tilcayo(레오파르두스 틸카요, 볼리비아 운무림 타이거캣)라는 공식 학명이 붙여졌다.

성체 체중 불과 2킬로그램: 험준한 고지대 운무림이 숨겨둔 작은 고양이

외형적으로 Leopardus tilcayo는 고양잇과 전체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초소형 동물이다. 다 자란 성체의 평균 체중은 겨우 2킬로그램 안팎에 불과하다. 이는 생후 2개월 된 집고양이 새끼나 1리터들이 생수병 두 병과 비슷한 무게다.

날씬하고 유연한 몸체, 촘촘한 점무늬 털, 그리고 빽빽한 고리무늬로 뒤덮인 긴 꼬리가 특징이다. 이들의 주된 서식지는 볼리비아의 융가스 운무림(Yungas cloud forest, 1년 내내 짙은 안개와 비구름에 둘러싸인 고지대 삼림 생태계)이다.

운무림은 연중 안개가 짙고 지형이 가파르며 습도가 매우 높고 식생이 무성하다. 험준한 산악 지형과 빽빽한 원시림은 인간의 접근을 자연스럽게 가로막았다. 이러한 천혜의 지리적 장벽 덕분에 Leopardus tilcayo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과학자들의 탐색망을 피해 숨어 지낼 수 있었다.

신종 Leopardus tilcayo 클로즈업 사진 그림: 과학자들이 볼리비아 운무림에서 확인한 고양잇과 신종 Leopardus tilcayo. 출처: Science News

100년 묵은 박물관 표본의 부활: 유전자 비교로 오분류의 장막을 걷어내다

보호소에서 확보한 고양이 두 마리의 데이터만으로는 정식 신종으로 인정받기에 부족했다. 결론을 철저하게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박물관 유전체학(Museomics, 오래된 박물관 표본에서 고대 DNA를 추출하여 분석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자연사 박물관에 수십 년에서 100년 넘게 잠들어 있던 타이거캣 표본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하고 오래된 기록들을 교차 확인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수십 년 전, 혹은 한 세기 전에 채집된 표본 중에도 이미 이 신종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외모가 일반 타이거캣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에 당시 학자들은 이들을 기존에 알려진 종으로 오분류한 채 보관해 두었던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외모 관찰은 겉모습의 유사성 때문에 오판을 낳기 쉽지만, 첨단 유전체 분석 기술은 그 위장을 벗겨냈다. 먼지 쌓인 박물관 표본과 새로운 DNA 데이터를 비교 검증함으로써, 한 세기 동안 잊혔던 신종이 드디어 과학계에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야생 개체수는 여전히 베일 속: 신종 명명이 던지는 서식지 보전의 경고

Leopardus tilcayo가 정식 학명을 부여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상태다. 현재로서는 생물학자들조차 야생에 남아 있는 정확한 개체수나 서식지 경계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볼리비아 융가스 운무림은 무분별한 벌채와 기후변화라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제 막 신분을 확인받은 신종이 그 생태 습성을 채 밝혀내기도 전에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셈이다. 남미의 야생 산림을 보호하는 일은 자연의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연구 책임자인 레스크루아르는 이번 발표가 이렇게 큰 세계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줄 몰랐다고 전하며, 다음 고양잇과 신종을 확인하기까지 또다시 100년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킬로그램짜리 작은 야생고양이는 생명의 다양성이 인간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사실과 함께, 야생 서식지를 지키는 행동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를 일깨워주고 있다.

보호소 고양이 두 마리의 DNA 분석이 고양잇과 진화 계통도의 100년 침묵을 깼다. Leopardus tilcayo의 확인은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고양이 가족이라 할지라도 대자연의 깊은 곳에는 아직 풀리지 않은 신비가 숨겨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참고 링크:

  • Science News 보도: New living tiger cat species described for the first time in over 100 years
  • 논문: Phylogenomics and museomics reveal five distinct species of tiger cats in South A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