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감각 입력이 상태에 따라 두 가지 다른 사물로 변한다
한밤중 고요하고 어두운 좁은 골목길을 걸을 때, 나뭇잎이 갑자기 ‘바스락’ 소리를 내면 심장 박동이 순식간에 치솟으며 뇌는 즉시 위험 경보를 울린다. 하지만 햇살이 가득한 공원에서 똑같은 크기의 바스락 소리를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은 비둘기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오르는 소리라고 생각할 뿐이다. 고막에 전달되는 진동 수치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뇌는 완전히 동일한 두 소리를 전혀 다른 범주로 분류한다.
오랫동안 전통 신경과학은 뇌를 수동적인 정보 보관소로 묘사해 왔다. 기존 관점에 따르면 눈, 귀, 코, 혀가 먼저 외부 세부 정보를 수신하고, 뇌가 단계별로 특징을 해독한 후 기억 저장소에서 템플릿을 찾아 매칭한다는 설명이었다. 만약 뇌가 정말 충실한 기록 장치라면, 동일한 소리는 환경이나 기분에 따라 자의적으로 왜곡되지 않고 항상 동일한 판단을 내려야 마땅하다.
2026년 8월 24일, 노스이오스턴 대학교의 심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리사 펠드먼 바렛(Lisa Feldman Barrett)과 마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신경과학자 얼 밀러(Earl Miller)는 공동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은 범주화(categorization, 뇌가 서로 다른 사물을 동등하게 다루는 인지 메커니즘) 개념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 연구는 뇌가 신체 상태를 끊임없이 평가하고 만물의 차원을 능동적으로 줄이는 예측 엔진임을 보여준다.
시각 피질 신경 연결의 90%는 외부를 향한 예측을 전달한다
직관적으로 사람들은 시각이 카메라와 같아서 눈이 찍는 내용이 뇌 속에 그대로 투영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해부학적 데이터에 따르면 인간 시각 피질 내 시냅스(synapse, 신경세포 간에 화학적·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연결 부위) 연결의 약 90%는 뇌가 외부로 보내는 예측 신호를 전달하는 데 사용된다. 실제로 눈에서 뇌 깊은 곳으로 전달되는 순방향 신호(feedforward signals, 외부 세계에서 뇌 깊숙한 곳으로 전송되는 원시 감각 데이터)는 전체 연결 자원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 데이터가 그리는 그림은 직관을 완전히 뒤흔든다. 뇌가 시각 정보를 처리할 때 회로 자원의 대부분은 내부 예측을 실행하는 데 투입되며, 외부의 실시간 입력에 할당된 통로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외부의 시끄러운 신호는 뇌 깊은 곳으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단계별로 격렬한 압축을 거친다. 수많고 조밀한 작은 신경세포에서 수량이 적고 연결이 강한 큰 신경세포로 모이면서 번잡한 세부 정보는 사라지고 추상화된 개념만 남는다.
이러한 해부학적 구조는 뇌가 쏟아져 들어오는 모든 감각 세부 정보를 다 처리할 수 없으며, 피드백 신호(feedback signals, 뇌가 기존 경험에 기반해 외부로 전달하는 예측 결과)에 의존해 정보를 미리 걸러내야 함을 의미한다. 신경계의 일상적인 작동에서 뇌는 주로 예측과 일치하지 않는 이상 징후를 주시한다. 예측에 오차가 발생했을 때 비로소 감각 신호가 위로 올라가 예측을 수정한다.
그림: 시끄러운 감각 세상을 명확한 범주로 압축하는 뇌의 시각적 모식도. 출처: Quanta Magazine
한번도 협력한 적 없던 두 학자가 변연계 코어에서 만나다
신경과학계에서 바렛과 밀러는 그동안 서로 다른 연구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바렛은 거시적 심리학과 뇌 네트워크 관점에서 감정과 인지를 연구했고, 밀러는 미시적 수준에서 전두엽 피질의 신경세포가 작업 기억을 어떻게 부호화하는지 오랫동안 탐구했다. 2025년 바렛이 밀러에게 학제 간 협력을 제안하면서 전기 신호 측정과 고차 인지 아키텍처의 결합이 시작되었다.
두 사람의 연구는 변연계 코어(limbic core, 시상하부와 인접한 뇌 깊은 곳에 위치하며 생리 신호와 외부 감각 정보를 전문적으로 압축하는 중심 영역)에서 만났다. 과거 학자들은 뇌의 예측 신호의 출처가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대뇌 피질에 있을 것이라고 널리 믿었다. 그러나 최신 해부학적 증거에 따르면 예측 신호의 실제 출발점은 시상하부 바로 옆의 변연계 코어다.
시상하부는 신체의 체온, 혈당, 심장 박동, 허기짐을 끊임없이 모니터링한다. 변연계 코어는 신체 내부의 생리 지표와 외부에서 들어오는 감각 신호를 최고 수준으로 압축하여 양방향으로 연결된 신경 허브를 구성한다. 예측은 고상한 이성적 사고가 아니라 신경계의 최하단에서 이미 생리 대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에 라벨을 붙이는 궁극적 목적은 체력 조절이다
뇌는 왜 이토록 번거롭게 정보를 압축하는 것일까?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제시하는 답은 알로스타시스(allostasis, 생명체가 생존을 위해 미리 에너지 배분을 예측하고 조절하는 메커니즘)다. 신경계의 최우선 과제는 신체의 에너지 예산을 관리하는 것이다. 방대한 뇌세포를 유지하고 작동시키는 것은 엄청난 칼로리를 소비하므로, 능동적으로 예측하고 범주화하는 것은 체력을 절약하는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사과’라는 범주에 포함된 내용은 동그랗고 붉은 외형적 특징에 그치지 않고 신체를 향한 일련의 행동 플랜을 포함한다. 약간 상한 사과라도 몸이 지치고 배가 고플 때에는 ‘긴급히 필요한 음식’으로 범주화되어 침 분비와 위장 운동을 촉진한다. 하지만 배가 부른 직후라면 동일한 사과가 ‘상한 쓰레기’로 분류되어 불쾌감을 유발하고 던져 버리도록 유도한다.
안전한 거실에서 다리에 풀잎이 긁히면 신체는 무해한 접촉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어두운 야외에서 겁을 먹고 있을 때 동일한 긁힘을 느끼면 즉시 ‘뱀에 물린 위협’으로 범주화된다. 신체 내부의 에너지 균형 상태와 안전 요구가 항상 감각 신호가 어떤 범주로 들어갈지를 결정한다.
그림: 객관적 특징이 아닌 현재의 필요에 따라 사물에 라벨을 붙이는 뇌. 출처: Quanta Magazine
감정과 지각은 본질적으로 신체의 행동 플랜이다
이 이론은 동시에 감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새롭게 바꾼다. 공포, 분노, 슬픔과 같은 감정 범주는 뇌 내부에 타고난 고정 회로가 아니다. 그것들은 본질적으로 뇌가 특정 상황의 에너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전신의 자원을 일시적으로 동원하여 생성한 행동 플랜이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티모시 부시먼(Timothy Buschman)은 이에 대해 범주화의 이유는 전적으로 현재 과제에 달려 있으며, 인간은 항상 사물이 자신의 생존에 갖는 의미에 따라 범주화를 진행한다고 평가했다. 유니버시티 콜리지 런던(UCL)의 샌드라 라이너트(Sandra Reinert) 연구원 역시 내부 생리 상태가 범주화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외부 감각 입력 못지않게 크다고 지적했다.
인간이 세상을 인지하는 전체 과정은 결코 ‘먼저 보고 나중에 이해하는’ 방식이 아니다. 뇌는 신체의 에너지 장부와 과거 경험에 따라 항상 추측을 내놓고 있으며, 감각 기관은 추측이 틀렸을 때 미세 조정을 하는 역할만 할 뿐이다. 우리가 보는 범주와 현실은 뇌가 복잡한 세상에서 인간이 저비용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압축하여 신체에 제시하는 생존 플랜이다.
그림: 감각 신호와 신체 내부 상태가 함께 범주화 결과를 결정하는 과정. 출처: Quanta Magazine
참고 링크:
- Quanta Magazine 보도
- Nature Reviews Neuroscience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