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8%에서 60%로: 말뚝과 나뭇가지로 만든 인공 댐이 멸종위기 은연어를 구했다

생존율 8%에서 60%로: 말뚝과 나뭇가지로 만든 인공 댐이 멸종위기 은연어를 구했다

생태 복원비버 댐은연어

데이터 소스:HN + web research

말뚝과 나뭇가지 묶음이 끌어올린 은연어 치어 생존율 7.5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프렌치 크릭(French Creek) 지류에서 은연어(coho salmon) 치어의 겨울철 생존율은 오랫동안 8% 안팎에 머물러 있었다. 2018년, 자원봉사자 팀이 하천 바닥에 나무 말뚝을 박고, 버드나무와 침엽수 가지를 엮은 뒤 자갈과 진흙으로 틈새를 메워 비버의 댐을 흉내 낸 소박한 인공 구조물 몇 개를 세웠다. 완공 이후 같은 하천에서 겨울을 나는 은연어 치어의 생존율은 60%로 급상승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 어류 생물학자 마이클 폴록(Michael Pollock)은 이 데이터를 확인하고 단 두 단어로 소감을 밝혔다. “경이롭다(mind blowing).”

캘리포니아 프렌치 크릭의 은연어

사진: 프렌치 크릭의 은연어. 출처: David Herasimtschuk / Freshwaters Illustrated

치어 생존율이 7.5배나 뛴 비결은 단지 다듬지 않은 나무와 나뭇가지, 진흙뿐이었다. 이 놀라운 수치 뒤에는 생태 복원 분야가 오랫동안 마주해 온 당혹스러운 진실이 숨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거대한 콘크리트 토목 공사에 쏟아부은 천문학적인 예산보다, 작은 설치류 한 마리가 본능적으로 짓는 보금자리를 모방한 결과가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비버가 사라지자 은연어도 함께 무너졌다

이 이야기는 약 19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캘리포니아 북부 스콧 강(Scott River) 계곡은 과거 비버가 번성했던 곳으로, 현지에서는 ‘비버 밸리(Beaver Valley)‘라 불렸다. 비버가 물길을 막아 댐을 짓자 강 양옆으로 수온이 낮고 흐름이 완만한 광대한 습지가 생겨났다. 이곳은 어린 은연어가 겨울을 나기에 완벽한 안식처였다. 낮은 수온과 완만한 유속, 풍부한 먹이 덕분에 어린 연어들은 바다로 떠나기 전 충분한 크기로 안전하게 자랄 수 있었다.

그러나 1830년대 유럽 모피 사냥꾼들이 유입되면서 수천 마리의 비버가 무차별적으로 포획되었다. 유지 보수를 맡아줄 비버가 사라지자 댐은 무너졌고 습지는 말라붙었으며 차갑고 잔잔한 웅덩이는 사라졌다. 은연어 개체수는 곤두박질쳤고 결국 연방 멸종위기종법상 ‘위협종(threatened)‘으로 지정되었다. 핵심 생태계 엔지니어 하나가 사라지자 다른 종의 생존 기반 전체가 붕괴한 것이다. 이 생태계 사슬에서 비버는 단순한 ‘거주자’가 아니라 필수 불가결한 ‘기반 시설’이었다.

9,000제곱미터의 새로운 서식지, 비용은 말뚝 몇 개 수준

2015년 비영리 단체인 스콧 강 유역 위원회(Scott River Watershed Council)는 새로운 길을 걷기로 결심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콘크리트 어도를 짓는 대신 ‘인공 비버 댐(Beaver Dam Analogues, BDA)‘을 도입한 것이다. 시공 방식은 매우 단순했다. 하천 바닥에 나무 말뚝을 박아 기둥을 세우고, 버드나무와 침엽수 가지를 촘촘히 엮은 뒤 자갈과 짚, 진흙으로 틈을 채웠다. 자재는 모두 강가에서 수집했기 때문에 순수 재료비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첫 두 개의 인공 댐은 슈거 크릭(Sugar Creek) 지류에 설치되었다.

3년 뒤인 2018년, 연구진은 프렌치 크릭 지류에 인공 댐을 추가로 건설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인공 댐 덕분에 약 9,000제곱미터의 새로운 서식지가 생겨났고, 이는 8,500마리 이상의 어린 연어를 품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복원된 구역의 수온은 주변의 훼손된 하천 구간보다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되어 치어들이 한여름의 치명적인 고온 스트레스를 피할 수 있었다. 재료비는 사실상 제로였고, 중장비 동원도 필요 없었지만, 서식지 면적은 한 차원 넓어졌다. 기존 하천 토목 공사는 이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가 극히 어렵다.

비버가 현장을 이어받았을 때 비로소 완성된 인공 댐

인공 댐이 완공된 후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유역 내에 근근이 살아남아 있던 소수의 야생 비버들이 이 구조물을 발견하고 스스로 ‘작업 인수’에 나선 것이다. 비버들은 인간이 박아놓은 골격 위에 진흙과 나뭇가지를 덧대어 보수하고 댐을 넓혀 나갔다. 사람의 손으로 만든 어설픈 모조품이 수문학적으로 정교한 완벽한 댐 서식지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유역 위원회 위원인 차르나 길모어(Charnna Gilmore)는 이렇게 평가했다. “비버가 관리하기 시작하자 그 솜씨는 우리 인간이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인공 비버 댐의 진정한 역할이 명확해졌다. 인간이 놓은 것은 ‘시동 장치’일 뿐이며, 진짜 ‘엔진’은 비버 자신이다. 인간은 그저 초기 기반을 엮어둘 뿐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유지 보수, 홍수 시 수류 조절, 계절에 따른 물의 재배치 등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해 온 비버만이 해낼 수 있는 고유한 전문 영역이다.

인공 비버 댐을 통과하는 치누크 연어

사진: 인공 비버 댐을 통과하는 치누크 연어. 출처: Scott River Watershed Council

스콧 강, 인근 모든 관측 유역을 앞서다

단 하나의 지류에서 나온 수치라면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더 큰 관측 지표와 비교했을 때 그 성과는 확고했다. 첫 인공 댐 설치 2년 후, 스콧 강 유역으로 돌아온 은연어 회귀 개체수는 인근 모든 모니터링 하천을 압도했다. 같은 시기 인근 다른 유역의 연어 개체수가 전반적으로 극심한 침체를 겪는 동안에도 스콧 강은 심각한 가뭄 속에서 건강한 개체군 규모를 유지했다. 동일한 지역, 동일한 어종, 동일한 기후 조건 속에서 유일한 차이는 오직 댐의 유무뿐이었다. 생태학 연구에서 보기 드문 완벽한 비교 대조군이 만들어진 셈이다.

관련 연구는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에콜로지 앤 에볼루션(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에 발표되었다. 논문에서 폴록 박사는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중요한 전제 조건을 짚었다. 인공 비버 댐의 성공은 비버가 살던 과거 서식지에 설치되어 유지 관리를 맡아줄 잔존 개체군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비버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유역에서 순수 인공 구조물만으로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다.

기술적 해법은 검증되었다, 남은 병목은 댐 바깥에 있다

8%에서 60%로의 비약적인 수치는 인공 비버 댐의 효용성을 완벽하게 증명했다. 그러나 폴록 박사는 그보다 훨씬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적 장벽을 지적한다. “인공 댐은 비버가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를 사람들에게 일깨워주었습니다. 하지만 비버가 진정으로 번성하려면 토지 소유주들이 비버의 공존을 허락해야 합니다.” 나무를 갉아 쓰러뜨리고 댐을 지어 수위를 바꾸는 비버의 행동은 인근 농장주들에게 재산상 피해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미국 서부 여러 주에서는 여전히 사유지에 들어온 비버를 유해 동물로 지정해 포획하거나 사살할 수 있는 권리를 지주에게 부여하고 있다.

생태 복원을 위한 기술적 경로는 스콧 강에서 확실하게 검증되었다. 저비용 자연 자재, 자원봉사자의 시공, 그리고 비버의 작업 인수를 통한 자동 업그레이드다. 진짜 병목은 인간이 비버에게 공간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는가이다. 한 하천에서 거둔 7.5배의 생존율 향상은 자연에 대항하는 것보다 자연을 모방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그러나 ‘모방’의 종착지는 결국 ‘반환’이다. 수백만 년 동안 하천을 관리해 온 원래의 주인에게 물길을 다시 돌려주는 일이다.

참고 링크:

  • Discover Wildlife
  •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 HN 토론 (item?id=49552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