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멈춘 지 8년, 풍계리 지진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

북한 핵실험 멈춘 지 8년, 풍계리 지진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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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소스:HN + web research

100킬로톤 TNT 폭발 후, 찾아오지 않은 여진

2017년 9월, 북한은 풍계리 만탑산 지하에서 제6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폭발 위력은 TNT 100~250킬로톤 사이로 추정되었으며,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를 규모 6.3의 인공지진으로 기록했다. 폭발 약 8분 뒤에는 지하 공동 붕괴로 판정된 규모 4.1의 지진이 뒤따랐다.

일반적인 지진학 상식에 따르면 이 정도 규모의 대형 지하 폭발은 주변 암반을 파쇄하고 조밀한 소규모 여진들을 연속적으로 촉발해야 한다. 그리고 지각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감에 따라 여진은 수 주에 걸쳐 서서히 잦아들어야 했다. 그러나 풍계리에서는 폭발 직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고립된 단 한 차례의 미세한 흔들림을 제외하면 뚜렷한 여진 연속선이 관측되지 않았다. 지속적인 지진 활동이 본격적으로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폭발 후 약 3주일이 지난 뒤였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오늘날, 그 지역의 지진은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빈도가 갈수록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배경 잡음 속에서 찾아낸 1,399회의 미소지진

2026년 9월 17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가 그 숨겨진 전모를 밝혔다. 부산대학교 김광희 교수와 청두이공대학교 지구물리학자 판싱리(Xingli Fan) 교수가 이끄는 공동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과 한국에서 축적된 지진 관측망 데이터를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풍계리 일대에서 발생한 지진 총 1,399회를 포착했으며, 그중 955회의 진원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대부분은 규모 2.0 미만의 극미소지진으로, 기존 지진계 기록을 육안으로 관찰해서는 배경 잡음에 파묻혀 결코 알아챌 수 없는 수준이었다.

풍계리 핵실험장 사진: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발표한 2013년 북한 핵실험 진도 지도. 출처: USGS

이 신호들을 낚아챈 무기는 ‘템플릿 매칭(Template Matching, 파형 상호상관)’ 기술이었다. 원리는 간단하다. 이미 확인된 지진 파형을 일종의 표본(템플릿)으로 삼아 과거의 연속 지진 기록 전반을 훑으면서, 배경 잡음 속에 묻혀 진폭이 너무 작아 지나쳤던 미소지진들을 하나하나 건져 올리는 방식이다. 비유하자면, 특정 멜로디 한 소절을 가지고 하루 종일 녹음된 소리 파일을 검색하여, 주변 소음에 파묻혀 들릴 듯 말 듯 작게 흥얼거린 모든 순간을 찾아내는 것과 같다.

분석 결과는 상식을 뒤엎는 이례적인 결론을 가리켰다. 2017년 6차 핵실험 이후 지진 발생 빈도는 감소하지 않고 2025년까지 꾸준히 증가했으며, 모든 지진이 방출한 총에너지(지진학에서 말하는 ‘지진 모멘트’) 역시 동일한 궤적을 그리며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공간적으로 이 지진들은 북북서 방향으로 뻗은 두 개의 평행한 선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분포했다. 하나는 만탑산 남쪽에서 수십 년 전 측량되었던 기존 단층의 연장선과 일치했지만, 다른 하나는 지표면에 어떠한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연구진은 북한 현장 조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에, 수십 년 전의 오래된 지질도를 일일이 대조한 끝에야 두 구조의 실체를 연결해낼 수 있었다.

핵폭발이 지각에 맡긴 응력, 단층이 분할 상환하다

이 데이터에 대한 주된 과학적 설명은 다음과 같다. 총 6차례에 걸친 지하 핵실험이 만탑산 천부의 암반 구조를 반복적으로 파괴하면서, 축적된 응력이 본래 파열 임계점에 근접해 있던 기존 단층들로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산체의 자중과 험준한 지형 기복은 어떤 단층이 가장 취약하게 반응할지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수치 모델링 결과에 따르면, 지진이 가장 집중된 구역은 비정상적으로 큰 응력 변화가 누적된 영역과 정확히 일치했다.

미국 조지아공과대학교 지진학자 펑즈강(Zhigang Peng) 교수는 단층이 겉으로는 활동을 멈춘 것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언제든 미끄러질 수 있는 임계 응력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심부 폐수 주입과 같은 인간 활동 역시 이러한 취약 단층들을 파열로 몰고 가는 주범이다. 지하 핵폭발도 본질적으로 유사한 역할을 한다. 이미 팽팽하게 감겨 있던 용수철에 추가적인 힘을 가한 셈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그 힘이 수십 평방킬로미터에 걸친 여러 단층선으로 분산되어, 각각의 고유한 주기와 리듬에 따라 응력을 방출하고 있을 뿐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위치도 사진: 풍계리 핵실험장 위치도. 출처: VOA / Wikimedia Commons

2018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지진학자 김원영 박사 연구팀은 실험장 인근의 약 700미터 길이 단층에서 핵실험 이후 발생한 13회의 지진을 감지하고 향후에도 응력 조정 과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실제 진행 과정은 당시의 예측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8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지진 활동은 쇠퇴하지 않았고, 발생 빈도는 오히려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0km 밖에서 발생하는 지진, 두 가지 고전 이론 모두 맞지 않다

지진학자들을 진정으로 당혹스럽게 만드는 요인은 바로 ‘거리’다. 핵폭발 충격파는 극히 짧은 시간에 작용하는 동적 응력 펄스이므로, 이론상으로는 폭발과 거의 동시에 인접 단층의 파열을 촉발해야 마땅하며 8년 뒤까지 이어지는 장기 활동을 설명할 수 없다. 반면 핵폭발이 남긴 영구적인 정적 응력 변화는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하여 급격히 감쇠하므로, 진앙에서 20~30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곳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일으키기에는 힘이 턱없이 부족하다. 기존의 두 가지 고전적 지진 유발 메커니즘으로는 도무지 퍼즐이 맞춰지지 않는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지구물리학자 월터 무니(Walter Mooney) 박사는 또 다른 가설로 ‘지하 깊은 곳에서 느리게 이동하는 유체’의 역할을 제시했다. 폭발이 거대한 암반에 수많은 균열망을 찢어놓았고, 지하수가 이 틈을 타고 단층면으로 스며들면서 마치 윤활제처럼 작용해 마찰 저항을 무너뜨렸을 가능성이다. 유체의 확산 속도가 느리다는 점은 ‘수년에 걸친 시간적 지연’을 설명할 수 있고, 유체가 균열망을 따라 광범위하게 퍼져나간다는 점은 ‘수십 킬로미터에 달하는 공간적 거리’를 뒷받침할 수 있다. 하지만 논문 저자들은 이 가설을 검토했으나 현재로서는 이를 입증할 직접적인 물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무니 박사는 “배심원의 평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The jury’s still out)“며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2026년 6월, 중국지진국 지진학자 런멍이(Mengyi Ren) 연구팀도 국제 학술지 ‘지진학 연구 서한(Seismological Research Letters)‘에 유사한 분석 결과를 보고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기존에 포착되지 않았던 647건의 지진 유사 현상을 찾아냈으며, 2021년과 2022년 일부 달에는 발생 건수가 30회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두 연구 사이에는 차이점도 존재한다. 런멍이 연구팀은 지진 진원이 핵실험장 방향으로 점차 이동하는 경향을 관찰했으나, 이번 사이언스 연구에서는 뚜렷한 진원 이동 패턴이 발견되지 않았다. 두 관측치 모두 장기적인 지진 활동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했지만, 세부적인 운동학적 양상에서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인류가 뒤흔든 지각, 교과서보다 훨씬 긴 청구서

인간의 행위로 촉발된 유발 지진 사례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적지 않다. 폐수 주입, 광산 채굴, 댐 담수, 지열 발전 등은 모두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으로 확인된 바 있다. 김광희 교수 본인도 2017년 한국에서 발생한 규모 5.5의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소의 수압 파쇄로 인해 임계 상태의 미확인 단층이 활성화되어 유발된 것임을 규명한 바 있다. 그는 만탑산의 사례가 지하 핵실험이라는 전혀 다른 유형의 인간 활동 역시 상상 이상으로 긴 지진학적 후폭풍을 남길 수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풍계리 사건의 가장 결정적인 이례성은 바로 ‘시간의 길이’에 있다. 핵실험은 이미 압력을 받고 있던 지각을 8년 넘게 계속해서 쪼개고 있으며, 2025년에 접어들어서도 오히려 그 파괴를 가속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시간 척도는 여진의 감쇠 법칙을 다룬 교과서적 기술을 완전히 무색하게 만든다. 김광희 교수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우리의 예상이나 교과서적인 사례와는 완전히 다르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지진 활동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줄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핵폭발이 지각에 남긴 지진의 청구서는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길다. 그리고 그 청구서의 윤곽이 이제야 비로소 온전히 드러난 까닭은, 배경 잡음 속에 묻혀 있던 극미소지진들을 건져 올릴 수 있을 만큼 템플릿 매칭이라는 탐지 기술이 고도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각이 치러야 할 빚은 지금도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으며 그 만기가 언제일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청구서를 손에 쥔 과학자들조차 다음에 펼쳐질 장에 무엇이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참고 링크:

  • Science 게재 논문
  • Seismological Research Letters(Ren 연구팀 논문)
  • Hacker News 토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