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몰래카메라도 잡는다: 20미터 밖에서 전자기파로 찾아낸 초소형 렌즈 50종

오프라인 몰래카메라도 잡는다: 20미터 밖에서 전자기파로 찾아낸 초소형 렌즈 50종

사이버 보안개인정보 보호하드웨어 보안불법촬영 방지

데이터 소스:USENIX Security + web research

2024년 8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최상위 보안 학회 USENIX Security에서 후난대학교, UC 샌디에이고, 미시간 주립대학교 공동 연구진이 획기적인 불법 몰래카메라 탐지 기술을 공개했다. ‘Eye of Sauron(사우론의 눈: ESauron)‘으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로컬 Wi-Fi 네트워크를 스캔하지도, 렌즈의 광학 반사광을 찾지도 않는다. 칩이 작동할 때 외부로 새어 나오는 미세한 전자기파를 20미터 거리에서 포착해 시중에 유통되는 몰래카메라 50종을 성공적으로 찾아내고 위치까지 특정했다.

불법 촬영 탐지의 기술적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탐지 측은 더 이상 무선 통신 패킷을 추적할 필요가 없다. 하드웨어가 물리 세계에 남기는 작동 흔적을 직접 관측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인터넷 연결을 끊자 무력화된 기존 탐지 방식

호텔과 공유 숙소에서 초소형 몰래카메라는 투숙객들에게 언제나 큰 불안 요소다. 많은 여행객이 입실 후 스마트폰 앱으로 로컬 네트워크를 스캔해 낯선 기기가 접속되어 있는지 확인하곤 한다. 적외선 탐지기를 꺼내 콘센트와 화재경보기를 샅샅이 비추며 렌즈 반사광을 찾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초기 세대의 불법 기기에만 통한다. 과거의 하드웨어는 클라우드로 영상을 전송해야 했기 때문에 반드시 Wi-Fi에 접속하고 지속적으로 무선 신호를 송출해야 했다. 탐지 도구가 통신 패킷을 잡아내기만 하면 기기의 존재는 쉽게 탄로 났다.

하지만 암시장의 기기들은 빠르게 진화했다. 무선 안테나가 아예 없는 완전 오프라인 기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무선 인터넷에도 연결되지 않고 유심 카드도 사용하지 않으며, 오직 본체에 내장된 TF/microSD 카드에만 영상을 저장하는 방식이다.

네트워크 연결이 끊어지자 기존의 탐지 도구는 순식간에 무력화되었다. 스마트폰 앱으로는 오프라인 기기를 찾아낼 수 없고, 휴대용 무선 주파수(RF) 탐지기에도 아무런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몰래카메라가 네트워크 연결을 끊는 순간, 무선 신호에 의존하던 방어선은 즉시 붕괴한다.

모자 내부에 은닉된 초소형 핀홀 카메라. 이러한 오프라인 기기는 무선 송신 모듈 없이 내장 메모리 카드에만 저장하므로 기존의 네트워크 스캔을 완전히 회피한다. 그림: 모자 내부에 위장된 초소형 카메라. 무선 연결을 차단하고 내장 카드에만 녹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네트워크 검사나 RF 탐지로는 찾아낼 수 없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육안으로 광학 반사광을 찾는 방법 역시 사각지대가 뚜렷하다. 렌즈가 어두운 광학 필터 뒤에 숨겨져 있거나 관찰 각도가 15도만 틀어져도 렌즈의 반사광은 급격히 감소한다. 오프라인 초소형 카메라는 이처럼 찾아내기 극히 까다로운 보안의 맹점으로 자리 잡았다.

영상을 압축하는 한 내부 메모리의 전자기파 누설은 불가피하다

촬영자는 안테나를 없앨 수는 있어도 영상 처리 칩까지 없앨 수는 없다. 어떤 카메라든 영상을 저장하려면 필연적으로 동일한 연산 과정을 거쳐야 한다. 광학 센서가 빛을 감지한 뒤 쉼 없이 원시 픽셀 데이터를 출력한다.

이 방대한 원시 픽셀 데이터는 플래시 메모리에 곧바로 기록할 수 없다. 30프레임 기준 1080P 해상도의 비압축 비디오 스트림은 초당 수백 메가바이트의 대역폭을 소모한다. 초소형 메모리 카드는 이러한 쓰기 속도를 감당할 수 없으며, 불과 몇 분 만에 용량이 가득 차버린다. 따라서 칩은 원본 화면을 고비율로 압축한 뒤 저장해야만 한다.

영상 처리 칩과 내부 메모리가 이 무거운 연산을 전담한다. 센서가 원시 데이터를 메모리 버퍼로 밀어 넣으면, 칩은 압축 알고리즘을 실행해 메모리 내에서 이전 프레임과 다음 프레임의 차이를 끊임없이 비교한다. 그 결과 영상 용량은 원래 크기의 수십 분의 일로 줄어든 뒤 플래시 카드에 기록된다.

여기서 하드웨어 기저의 물리 법칙이 작용한다. 내부 메모리는 고주파 클록에 동기화되어 동작하고, 스위칭 전압 레귤레이터는 연산 부하에 맞춰 전력을 공급한다. 데이터가 메모리 내부에서 고속으로 반전될 때 전원 공급 회로에는 피할 수 없는 전류 급변 현상이 발생한다. 이 고주파 전류가 인쇄회로기판(PCB)의 배선을 타고 흐르면서 주변 공간으로 특정 주파수의 전자기파를 방출하게 된다.

이 전자기파의 주파수는 메모리 클록 주파수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기기에 무선 안테나가 전혀 없더라도 회로 기판의 배선 자체가 미세한 송신 안테나 역할을 하며 약한 전자기파를 외부로 뿜어내는 것이다. 칩이 메모리 내부에서 영상을 압축하는 한, 물리 법칙상 전자기파 누설을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방전의 기술적 지렛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탐지 측은 기기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칩이 영상을 처리하고 있는 한, 물리적인 작동 상태는 결코 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네 번의 빛 자극으로 노이즈를 뚫고 20미터 밖에서 물리 좌표를 특정하다

하지만 실제 객실 환경에서 이 미세한 전자기 방출을 포착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 호텔 객실은 외부 전파가 차단된 챔버가 아니다. TV, 공유기, 충전기 등 수많은 전자제품이 잡다한 전자기 노이즈를 뿜어낸다. 복잡한 배경 잡음 속에서 칩의 약한 누설 신호는 쉽게 묻히기 마련이다.

공동 연구진의 ESauron 시스템은 능동적 자극 방식을 통해 이 난관을 돌파했다. 연구진은 비디오 압축 알고리즘의 핵심 기제인 ‘프레임 간 예측(inter-frame prediction)‘에 주목했다. 화면이 정지해 있을 때 칩의 연산 부하는 매우 낮다. 그러나 화면이 격렬하게 흔들리면 칩은 대량의 메모리를 동원해 키프레임을 다시 계산해야 하므로 처리량이 급증한다.

ESauron은 수동적으로 신호를 기다리는 대신, 방 안에 규칙적인 주기로 변화하는 빛 패턴을 투사한다. 객실 내 충전기는 빛에 반응하지 않고 꺼진 가전제품도 침묵을 지킨다. 그러나 눈앞의 장면을 기록해야 하는 몰래카메라만큼은 예외다. 깜빡이는 화면을 압축하기 위해 카메라의 인코딩 칩은 순식간에 고부하 상태로 전환된다.

이 급격한 부하 증가는 빛의 주기와 정확히 일치하는 리드미컬한 전자기 펄스를 유발한다. 주변에 불규칙한 잡음이 가득하더라도 외부 광 패턴과 동기화된 이 펄스 신호는 매우 뚜렷하게 도드라진다. 연구진은 지향성 안테나를 이용해 단 네 번의 빛 자극만으로 배경 잡음 속에서 목표 신호를 깨끗하게 분리해 냈다.

USENIX Security '24 학회에서 시연된 ESauron 탐지 시스템과 실험 환경. 연구진은 통제된 환경에서 지향성 안테나를 이용해 몰래카메라 내부 메모리에서 방출되는 미세한 전자기파를 포착했다. 그림: USENIX Security ‘24 발표 현장에서 공개된 ESauron 탐지 구성. 연구팀은 지향성 안테나를 사용해 실험 환경에서 칩 메모리가 누설하는 미세한 전자기 신호를 수신한다. 출처: USENIX Association

기기의 존재를 확인한 뒤 시스템은 물리적 위치까지 추적한다. 여러 개의 수신 안테나에 전자기파가 도달할 때 생기는 미세한 위상차를 분석해 신호원의 공간 좌표를 역산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나무 벽이나 가벽으로 가로막힌 환경에서도 탐지 거리는 20미터를 넘어섰으며 정확한 3차원 좌표를 도출했다.

상용 기기 50종 검증 완료, 실용화까지 넘어야 할 3가지 장벽

시스템의 범용성을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시중에 유통되는 몰래카메라 50종을 수집했다. 콘센트형, 화재경보기형, 벽시계형, 나사형 등 외형이 매우 다양했으며, 주요 이미지 처리 칩과 오프라인 저장 방식을 두루 포함했다. 통제된 테스트 환경에서 시스템은 50종 기기 전부에 대해 100% 탐지율과 위치 특정 성공률을 달성했다.

100% 탐지율은 기술의 강력한 잠재력을 보여주지만, 당장 소비자가 완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험실 프로토타입에서 일상 장비로 안착하기까지는 현실적으로 세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첫 번째 장벽은 하드웨어의 부피와 제작 비용이다. 20미터 밖에서 나노와트 단위의 미약한 신호를 수신하려면 고성능 소프트웨어 정의 라디오(SDR) 수신기와 대형 안테나 어레이가 필수적이다. 현재 하드웨어 장비는 부피가 크고 가격이 비싸 일반 스마트폰 내장 칩으로는 수행할 수 없다.

두 번째 장벽은 실제 환경의 복잡한 전자기 간섭이다. 실험실에서는 외부 잡음을 차폐할 수 있지만 실제 호텔 객실의 전자기 환경은 변화무쌍하다. 에어컨, 헤어드라이어, 저가형 충전기에서 나오는 고조파 잡음은 미세한 메모리 방출 펄스를 가려버릴 수 있어 신호 추출 난이도를 크게 높인다.

세 번째 장벽은 능동적 광 자극의 사용 제약이다. 공공장소나 반사적 공간에서 깜빡이는 빛을 투사하면 주변의 시선을 끌기 쉽다. 또한 초소형 렌즈에 광학 필터가 장착되어 있다면 빛 자극으로 인한 메모리 부하 변동 폭이 줄어들 수 있다. 아울러 불법 장비 제조업체가 칩 주변에 금속 차폐막을 두를 경우 탐지 거리는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불법 촬영과 탐지 기술의 싸움은 본질적으로 비대칭적인 정보전이다. 불법 장비는 오랫동안 오프라인 녹화 방식을 방패 삼아 네트워크 신호에 의존하던 탐지기를 무력화해 왔다.

ESauron 프로토타입의 핵심 의의는 오프라인 장비는 탐지할 수 없다는 통념을 깨뜨렸다는 점이다. 하드웨어가 현실의 영상을 기록하는 한, 트랜지스터와 메모리는 물리적으로 데이터를 이동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는 칩이 연산을 수행할 때 지불해야 하는 불가피한 물리적 비용이다.

방어자는 더 이상 변화무쌍한 통신 프로토콜을 뒤쫓을 필요가 없으며, 칩이 작동할 때 나타나는 물리적 특성을 곧바로 겨냥할 수 있다. 불법 촬영 탐지의 기준선이 미시적인 하드웨어 층위로 내려왔다. 어둠 속에 숨은 초소형 카메라는 비록 인터넷 선을 뽑았을지라도 전자기 공간에 남겨진 물리적 흔적만큼은 지울 수 없다.

참고 링크:

  • USENIX Security ‘24 논문 및 발표 (Eye of Sauron: Long-Range Hidden Spy Camera Detection and Positioning with Inbuilt Memory EM Radiation)
  • HN 토론 (item?id=499974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