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브라질 마투그로수주 북부 아마존 지역의 알타 플로레스타(Alta Floresta) 마을 도로 양옆의 나뭇가지(캐노피) 사이에 밧줄과 목재판으로 만든 다리 8개가 설치되었다. 15개월 후,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동이 누적 15,000회 기록되었으며, 동 기간 해당 도로 구역의 로드킬 사망 건수는 0건을 달성했다.
첨단 기술이나 거대한 예산은 없었다. 밧줄, 파이프, 강철 케이블, 그리고 콘크리트 기둥이 전부였다.
하나의 도로, 두 개의 세계
이야기는 도로에서 시작된다.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상에서 가장 밀도 높은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며, 브라질 영장류의 최대 서식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브라질은 세계 4위 규모의 도로망을 보유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의 결합은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는 비극을 의미한다.
도로가 열대우림을 관통하면 수목 상층부는 둘로 단절된다. 평생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원숭이, 나무늘보, 주머니쥐 같은 동물들은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와 아스팔트를 건넌 뒤 다시 반대편 나무로 올라가야만 한다. 그 결과는 참혹한 차량 충돌 사망 사고다.
2022년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도로에서는 매년 약 900만 마리의 포유류가 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정된다. 2025년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데이터 역시 브라질을 육상 척추동물의 로드킬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지적했다.
알타 플로레스타의 주민들과 환경 단체는 이러한 비극을 깊이 체감해 왔다. ‘프로젝트 리코넥타(Projeto Reconecta)‘의 설립자이자 스미소니언 국립동물원의 보전생물학자인 페르난도 아브라(Fernanda Abra)는 첫 캐노피 다리를 설치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도로 위에서 슈나이더마모셋(Schneider’s marmoset) 두 마리의 사체를 발견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이 원숭이는 브라질 아마존에만 서식하는 멸종위기종이다.
이것은 단일 사례가 아니다. 대서양 연안림 지역인 에스피리투산투주 ES-164 도로에서 생물학자 가브리엘 파르케토(Gabriel Falchetto)는 매일 아침 안개 속에서 차에 치여 죽은 동물들을 목격한다. 한번은 전 세계에 약 2,500마리만 남아 있는 극심한 멸종위기종인 흰머리마모셋(buffy-headed marmoset)의 사체를 발견하기도 했다. 도로 위에 쓰러진 사체를 바라보며 파르케토는 “이 동물을 잃은 슬픔 이상으로, 인간의 활동이 생물 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라고 말했다.
캐노피 다리: 고도 기술이 아닌 공학적 지혜
알타 플로레스타에 설치된 다리는 수십 미터 너비에 수백만 달러가 들어가는 거대한 생태 통로가 아니다. 도로로 단절된 나뭇가지 사이에 설치된, 수목 동물 전용 공중 통로인 **캐노피 다리(Canopy Bridges)**다.
구조는 매우 간단하다. 각 다리는 콘크리트 기둥을 고정점으로 삼으며, 주체는 꼬임 밧줄과 강철 케이블로 이루어진 선형 구조이거나, 밧줄 그물망과 고밀도 폴리머 파이프, 강철 케이블을 결합한 망상 구조로 되어 있다. 두 가지 형태는 1미터 이내의 간격으로 평행하게 설치되어 동물들이 원하는 방식을 직접 선택해 건널 수 있도록 했다. 설치팀은 도로 양쪽의 콘크리트 기둥에 다리를 고정하고 높이를 나뭇가지 위치에 맞췄다.
다리 1개당 재료비는 약 3,000달러(약 400만 원)에 불과하며, 예상 수명은 20년 이상으로 유지보수가 거의 필요 없다.
이에 비해 전통적인 콘크리트 생태 교량은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소요된다. 캐노피 다리의 비용은 그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모든 다리에는 2대의 적외선 무인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 1대는 다리 상판을 향해 어떤 동물이 건넜는지 기록하고, 다른 1대는 숲 방향을 향해 다리 입구까지 왔다가 건너기를 포기한 동물을 관찰한다. 이 데이터는 어떤 동물이 다리를 이용하고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동물들은 어떻게 다리를 건너는 법을 배웠나?
동물들이 처음부터 인공 다리를 알아보고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알타 플로레스타에서 갈색꼬리감기원숭이(tufted capuchin)가 처음으로 다리를 건너기까지는 7개월이 걸렸다. 종마다 적응하는 속도가 제각각이다.
아브라는 “생물 보전 현장에서 우리는 자주 급박함을 느끼지만, 영향받는 종 자체의 시간표를 고려하지 못할 때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BR-174 도로는 1970년대에 건설되었으며, 동물들이 그 도로의 존재에 적응하는 데만 수십 년이 걸렸다. 동물들에게 새로운 건널목을 제공하고 이에 적응하게 하려면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단 적응이 이루어지자 그 효과는 놀라웠다. 2025년 말까지 무인 카메라는 최소 6종의 영장류가 이 다리를 이용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검은얼굴거미원숭이, 푸루스붉은고함원숭이, 북부올빼미원숭이, 갈색꼬리감기원숭이, 슈나이더마모셋, 그리고 **알타플로레스타티티원숭이(Alta Floresta titi monkey)**가 그 주인공이다. 티티원숭이는 2019년에야 학계에 보고되어 즉시 위기종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전체 프로젝트의 상징이 되었다.
영장류 외에도 주머니쥐, 나무늘보, 작은주머니쥐 등 소형 포유류의 이동도 다수 포착되었다.
이보다 앞선 BR-174 프로젝트에서 아브라는 와이미리-아트로아리(Waimiri-Atroari) 원주민 부족과 협력하여 부족 영토 내에 32개의 캐노피 다리를 설치했으며, 5년간 약 1,250회의 영장류 안전 이동을 기록했다. 매일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를 관찰해 온 원주민들의 경험은 최적의 다리 설치 위치를 선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15,000회의 이동이 가지는 의미
이 숫자 뒤에 숨은 생태학적 의미는 단순히 “원숭이 한 마리가 차에 치이지 않았다”라는 사실보다 훨씬 깊고 복잡하다.
도로로 숲이 분단되면 동물 개체군이 고립된 조각으로 쪼개진다. 고립된 개체군은 규모가 줄어들고 근친교배와 유전적 다양성 감소를 겪게 되는데, 이를 쉽게 표현하면 **“개체군이 천천히 멸종을 향해 간다”**는 뜻이다.
특히 열매를 먹는 영장류는 열대우림에서 매우 중요한 씨앗 확산자 역할을 한다. 고함원숭이 한 마리는 매일 엄청난 양의 열매를 먹고 씨앗을 멀리까지 운반한다. 이들이 사라지면 수목 수종 구성이 변하고 생태계 전체에 연쇄 반응이 발생하는데, 생물학자들은 이를 ‘도미노 효과’라고 부른다.
따라서 이 다리의 의미는 단순히 15,000마리의 동물이 사고를 면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동물들이 숲의 양쪽을 계속 오가며 먹이를 찾고 번식하고 씨앗을 퍼뜨림으로써 유전자 흐름이 회복되고 숲의 생태적 기능이 유지되는 것이다.
아브라는 이를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요약했다. “캐노피 다리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첫째는 분단된 숲 사이를 이동할 수 있게 하여 야생동물의 연결성을 개선하는 것이고, 둘째는 그 결과로서 로드킬을 줄이는 것입니다.”
민간의 행동에서 국가 표준으로
2026년, 브라질 국립교통기반시설청(DNIT)은 이 밧줄 다리 설계를 도로 건설 권장 국가 표준으로 정식 지정했다. 원주민의 지혜와 민간 환경 단체에서 시작된 풀뿌리 대안이 국가 기반시설 체계에 공식 편입된 것이다.
현재 브라질 의회에서 심의 중인 법안(하원 통과, 상원 표결 대기)은 ‘국가 야생동물 도로 안전 계획’을 수립하여 고속도로에 야생동물 주의 표지판과 감속 시설을 설치하고 생태 육교, 캐노피 다리, 지하 통로 건설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브라의 리코넥타 조직 역시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다음 단계로는 수리남의 ‘리코넥타 수리남’, 브라질 루카스두리오베르디의 신규 다리 10개 설치, 그리고 판타날 습지와 대서양 연안림의 ‘리코넥타 서식지’ 사업이 진행 중이다.
매년 약 2,000마리의 동물이 차에 치여 죽어 ‘죽음의 도로’라 불리는 판타날 습지의 BR-262 도로는 리코넥타의 다음 목표지다.
관찰과 소회
이 글을 정리하며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이 있다. 브라질 아마존의 평범한 도로 위에 걸려 있는 3,000달러 미만의 밧줄 다리 하나. 나뭇가지 같은 구조는 주변의 숲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거의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인 카메라는 그 길을 통해 이루어진 15,000번의 안전한 여정을 분명하게 기록했다.
이 일의 가장 소박하면서도 강력한 지점은 기술적 도약에 있지 않다. 인류의 기반시설인 그 도로가 과거에는 오직 한 부류의 ‘사용자’(인간과 차량)만을 고려하고, 숲속의 또 다른 ‘사용자’(말없이 살아가는 동식물)를 철저히 외면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게 해준다는 점에 있다. 우리가 두 부류 모두를 배려할 능력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공학적 설계의 순간에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낸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밧줄 다리 하나의 비용은 고급 스마트폰 한 대값보다 적다. 그러나 그 다리는 15,000개의 소중한 생명이 안전하게 숲의 반대편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참고 출처
- Mongabay: Zero roadkill as Amazon canopy bridges secure 15,000 crossings (2026.07.21)
- Mongabay: Endangered primates use new canopy bridges in a Brazilian Amazon city (2025.07)
- Smithsonian’s National Zoo: How Brazil’s Unique Canopy Bridges Are Saving Species (2025.07)
- Good News Network: In the Amazon, One Woman’s Ingenious Canopy Bridges Are Helping Monkeys Cross the Road Safely (2025.02)
- Projeto Reconecta: Design and Installation of Artificial Canopy Bridges
- Discover Wildlife: Canopy bridges are saving endangered wildlife in the Amazon (2024.05)
사진 설명
2024년 알타 플로레스타 첫 캐노피 다리 설치 현장. 콘크리트 기둥과 밧줄 구조물이 보인다. 사진 출처: Programa Alta Floresta Não Atropela
슈나이더마모셋(Schneider’s marmoset) 한 마리가 밧줄 다리를 이용해 도로를 건너고 있다. 무인 카메라에 포착된 순간. 사진 출처: Maelle Lima de Freitas / Projeto Reconecta
상공에서 내려다본, 도로를 가로질러 양쪽 숲의 나뭇가지를 연결하는 캐노피 다리의 실제 전경. 사진 출처: Programa Alta Floresta Não Atropel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