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40%가 AI로 대체된다? 엔지니어들이 먼저 불안에 빠진 이유

사무직 40%가 AI로 대체된다? 엔지니어들이 먼저 불안에 빠진 이유

AI커리어사회

데이터 소스:HN + web research · HN

사무직 40%가 AI로 대체된다? 엔지니어들이 먼저 불안에 빠진 이유

“왜 테크 업계의 모두가 슬퍼하는가(Why Is Everyone in Tech So Sad?)”라는 제목의 기사가 개발자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Hacker News에서 965점을 기록했다. 이는 최근 해당 커뮤니티에서 가장 뜨겁게 논의된 게시물 중 하나로, 1,134개의 댓글이 단 하나의 핵심 질문을 둘러싸고 치열하게 대립했다. “우리의 높은 연봉을 받는 일자리가 정말로 AI에게 빼앗기는 것일까?” 이 점수 자체가 개발자 집단 내부에서 이 주제가 더 이상 눌러 담아둘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이 커뮤니티 참여자의 대부분은 억대 연봉을 받는 엔지니어와 창업자들로, 외부인들이 보기에는 AI 거대한 파도의 최대 수혜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가장 먼저 집단적 커리어 불안에 빠진 집단은 바로 그들이었다.

통근 열차에서 목도를 뜨는 개발자

테크 기업에서 AI 적용을 담당하는 저자 Aaron Horwath는 통근길에서 목격한 한 장면을 전한다. 맞은편에 앉은 30대 초반의 한 청년은 정장과 셔츠 차림에 AirPods을 끼고 MacBook으로 30분 내내 감정이 전혀 실리지 않은 톤으로 재무 용어를 말하고 있었다. 내리기 직전, 그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책이 아니라 두 개의 대바늘과 분홍색 실타래였다. 그는 조카에게 줄 겨울 모자를 뜨고 있었다.

“진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청년이 말했다.

통근 열차에서 뜨개질을 하는 청년

그림: Noema 매거진의 일러스트. 출처: noemamag.com

저자는 주변 동료들이 도자기, 그림, 뜨개질 같은 클래식한 취미를 이야기하거나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다”, “시골로 내려가 농장을 차리고 싶다”, “해변에서 서핑 강사가 되고 싶다”는 환상을 자주 털어놓는다고 전한다. 그들의 말투에는 농담이 없으며 오직 피로만이 짙게 베어 있다. 많은 이들이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 자신의 일이 전혀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저자는 이 현상을 ‘Workism(일 숭배)‘이라고 명명했다. 2019년 The Atlantic지가 제시한 이 개념은 미국 최고의 엘리트 고소득층이 일을 종교처럼 대하며, 매주 일요일 교회에 가는 신자처럼 일에서 커뮤니티, 자아 정체성, 삶의 의미를 찾는 경향을 뜻한다. 이 신앙은 믿음으로 유지된다.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 한, 일은 중요한 것이다.

AI의 등장인 바로 이 신앙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AI가 ‘바쁜 척하기’를 의심스럽게 만들다

저자는 중요한 변화를 포착한다. 이전에는 아무리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라도 최소한 사람이 직접 수행했다. 사람이 회의에 참석하고, 기획서를 쓰고, 발표 자료를 만들고, 고객 이메일에 답장했다. 아무리 지루한 업무라도 그 안에는 사람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이제는 AI agent(에이전트)가 사람을 대신해 이러한 일을 처리하고 있다. 이미 많은 기업이 “향후 모든 직원이 AI 에이전트 수십 개를 감독하는 관리자가 될 것”이라는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문제는 AI가 결과물을 지극히 빠르고 저렴하게 만들어내면서 “이 업무가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AI에 의한 효율성 향상을 핑계로 삼고 있지만, 저자는 현재의 효율성 향상 수준만으로는 이처럼 대규모의 인원 감축을 설명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진짜 동기는 ‘사람을 줄이고도 회사가 돌아가는지 시험해보고 싶다’는 데 있다. 경영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협업을 ‘효율이 낮은 중간 지대’로 보고 가급적 줄이려 하고 있다.

여기에 역설적인 지점이 존재한다. 경영진이 잘라내고 있는 것이야말로 기업이 인재를 유지하는 핵심 이유, 즉 동료와의 관계, 협업의 즐거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이라는 사실이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자 Teresa Amabile의 수십 년에 걸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가장 창의적인 업무 상태는 KPI라는 채찍이 아니라 일 자체의 내적 매력에서 나온다.

‘인쇄공’ 비유를 둘러싼 치열한 논쟁

스레드에서 가장 치열하게 타오른 곳은 ‘인쇄공 비유’ 논쟁이었다.

낙관파(역사적 상태론)의 주장: 인쇄공은 수백 년간 이어진 훌륭한 기술이었으나 어느 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사진식자가 하이엔드를 가져가고, 출판 소프트웨어가 로우엔드를 가져갔으며, 컴퓨터 제어 인쇄기가 작업자를 대체했고, 결국 신문 산업 전체가 몰락했다. 한때 기술자였던 이들은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옛 시절을 추억하게 되었다. “뜨개질이 생계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요지다. 직업의 소멸은 역사적 상태이며 사회는 매번 이를 극복해냈다는 뜻이다.

비관파(규모 상이론)의 반박: 인쇄 기술이 인쇄공을 소멸시키는 데는 수세기가 걸렸으며, 인쇄공이 가장 번성했을 때조차 전체 노동력의 0.01%에 불과했다. 만약 40%에서 60%에 달하는 사무직 노동자가 10년에서 20년 안에 AI로 대체된다면 그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한 댓글 작성자는 이렇게 비유했다. 이는 “시속 90마일로 차가 벽에 부딪히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오늘 평행주차하다가 범퍼를 살짝 긁었는데 괜찮았다”고 답하는 것과 같다.

양측의 주장 모두에 허점이 존재한다. 데이터를 확인한 댓글에 따르면 미국 인쇄공의 정점 시절 종사자는 약 190만 명으로 전체 노동력의 1%에서 1.5%를 차지했으며 0.01%가 아니었다. 또한 실제 경험자들은 인쇄업의 몰락이 약 5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집중되었다고 증언한다. 인쇄 전 과정의 디지털화와 중국, 인도로의 외주화가 진행되면서 한때 미국 최대 제조업체 중 하나였던 인쇄 기업들이 10년 만에 동전주로 전락했다. 나아가 ‘사회 전체가 극복했다’는 것과 ‘개인이 극복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산업 구조 전환 과정에서 밀려난 노동자 중 상당수는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40%에서 60%, 무엇을 의미하나

비관파가 인용한 숫자들은 단순한 억측이 아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연구 결과 전 세계 약 3억 개의 일자리가 AI 자동화에 노출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 전체 노동 시간의 25%에 해당하는 업무를 AI가 자동화할 수 있다. 직종별로는 행정·사무 46%, 법률 44%, 엔지니어링 37% 순으로 나타났으며 모두 책상에 앉아서 하는 업무들이다.

AI 자동화에 노출된 미국 직종 비율

그림: 골드만삭스 연구에 따르면 AI는 미국 업무의 약 25%를 자동화할 수 있으며, 행정·사무 및 법률 직종이 상위에 위치한다. 출처: goldmansachs.com

25%라는 숫자는 ‘일자리 수’가 아닌 ‘업무 타스크’를 측정한 것이다. 하나의 일자리는 수십 개의 업무 타스크로 구성되며, AI는 표준화 가능한 영역부터 삼켜나가고 사람은 남은 영역을 담당하게 된다. 단기적으로 대다수가 버튼 하나로 즉시 해고되지는 않겠지만, 일자리의 알맹이는 조금씩 비워질 것이다. 신규 채용이 중단되고, 할 일이 줄어들며, 협상력이 점차 약화되는 방식이다. 가장 먼저 알맹이가 빠져나가기 쉬운 직무는 반복성이 높고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초급 카피라이터, 데이터 리포팅, 고객 상담, 법률 보조, 일반 행정 사무 등이다.

AI 기업의 수장들도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Anthropic의 Dario Amodei는 AI가 5년 안에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예측했으며, 또 다른 경영진들은 대부분의 사무직 업무가 1~2년 안에 완전히 자동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예측의 정확성을 떠나서 기술에 의한 직업 소멸은 결코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지 않는다. 인쇄업의 몰락이 5년에 집중되었듯, 외주화와 자본 이동, 이익률 압박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였으며 기술은 그중 하나의 축에 불과했다. AI의 확산이 경제 불황과 겹친다면 그 속도는 모두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당신의 직업은 다음 차례일까

이 논의는 프로그래머 커뮤니티에서 시작되었지만 질문은 책상 앞에 앉아 일하는 모든 사무직 노동자에게 해당한다. 판단 기준은 지극히 단순하다. 당신의 업무 중 ‘컴퓨터 앞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비율’은 얼마이며, ‘사람과 직접 소통하고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비율’은 얼마인가?

현재 데이터에 따르면 모니터에 가깝고 프로세스가 표준화된 직무일수록 위험 노출도가 높다. 반면 현장 작업, 물리적 대응, 인적 신뢰 관계가 필요한 직무—배관공, 전기기사, 간호사, 이발사 등—는 단기적으로 훨씬 안전하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눈앞에 서 있는 살아있는 사람이며 기술의 완성도는 이차적인 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쇄공 비유가 갖는 진정한 가치는 논점을 “AI가 직업을 대체할 것인가”에서 “이번 대체의 범위가 얼마나 넓고, 속도가 얼마나 빠르며, 사회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로 전환했다는 데 있다. 현재로서는 그 누구도 확답을 내놓지 못한다. 낙관파는 역사적 데이터로 근거를 대고, 비관파는 현실의 트렌드로 근거를 대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이 결론을 내리지 못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상황이 참으로 특이하며 결과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반증한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엔지니어들의 집단적 불안감은 이미 감염병처럼 사방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 그들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내일 모든 사무직 노동자가 스스로에게 던지게 될 질문이다. “내가 하는 이 일이 대체 무엇을 창조하고 있는가?”

참고 링크:

  • Noema: Why is everyone in tech so sad?
  • HN 토론 (item?id=49209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