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해변을 거닐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개껍데기나 파도에 깎인 유리 조각을 줍곤 한다. 하지만 남웨일스 주민 조너선 보우(Jonathan Bow)에게 울퉁불퉁한 바위틈에서 독특한 돌을 찾아내는 일은 수십 년간 이어온 삶의 습관이었다. 2012년 봄, 페나스 인근 라버녹 해변(Lavernock Beach) 절벽 아래를 걷던 그는 부서진 암석 틈새에 박힌 작고 날카로운 이빨 한 줄을 발견했다. 그는 이것을 “초소형 악어”의 턱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동전 크기만 한 암석 조각을 집으로 가져왔다.
당시 그는 이 작은 뼛조각이 14년 뒤 고생물학계에서 200년 가까이 풀리지 않던 분류학상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조간대 바위틈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던 이 작은 표본은, 고대 해양 포식자들의 족보를 완전히 다시 쓰는 핵심 물증이 되었다.
그림: 조너선 보우와 그의 아들이 라버녹 해변에서 화석을 찾는 모습. 뒤편으로 화석이 묻혀 있던 절벽이 보인다. 출처: BBC / Amgueddfa Cymru
흩어진 치아 화석, 200년 동안 고생물학계를 가로막았던 미궁
고생물학에는 생체 유해가 화석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난제가 있다. 고대 생물이 죽은 뒤 단단한 법랑질로 둘러싸인 이빨은 연약한 뼈대보다 훨씬 쉽게 퇴적층에 남는다. 1830년대부터 영국과 유럽 전역의 후기 트라이아스기(Late Triassic, 약 2억 년 전 공룡이 육상에 처음 등장하던 지질 시대) 지층에서는 날카로운 낱개 치아 화석이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온전한 두개골이나 턱뼈가 발견되지 않아 초기 학자들은 오직 이빨 모양에만 의존해 동물의 정체를 추측해야 했다.
오랜 세월 동안 이 흩어진 치아들은 유럽 전역의 파편 화석을 한데 묶는 분류군인 세베르닉티스속(Severnichthys)이라는 단일 거대 고대 어류의 것으로 분류되어 왔다. 20세기에 들어서는 혼란이 더욱 가중되어, 표면에 세로 줄무늬가 새겨진 굵은 이빨을 거대한 미치류 양서류의 화석으로 오인하는 연구자까지 나타났다. 유럽 각지의 박물관 수장고에는 똑같은 이름표가 붙은 표본 수백 점이 쌓여 있었지만, 치아의 형태와 단면 구조는 저마다 너무나 달랐다.
낱개로 떨어진 이빨은 기준선이 없는 퍼즐 조각과 같다. 턱이라는 해부학적 골격이 없는 상태에서는, 이 이빨들이 한 종류의 물고기 입안 서로 다른 위치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생태적 지위가 전혀 다른 여러 포식자로부터 나온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그림: 해변 암석 속에 치아와 함께 박혀 있는 턱 화석 원위치 사진. 출처: BBC / Jonathan Bow
썰물 해변을 걷던 아마추어 탐사가가 건져 올린 결정적 물증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한 것은 2022년이었다. 브리스톨 대학교 연구원 제이콥 퀸(Jacob Quinn)이 보우의 개인 소장품을 조사하던 중 이 표본을 눈여겨보았다. 화석에는 온전한 아래턱 윤곽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턱뼈 홈에 원래 배열 그대로 단단히 박혀 있었다. 거친 파도와 해류가 휘몰아치는 브리스톨 해협 지층에서 이처럼 해부학적 관절 구조를 유지한 화석이 발견되는 일은 매우 드물다.
고생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 화석은 약 2억 년 전 폭풍 퇴적층(Storm Deposit, 거센 폭풍우로 인해 진흙과 모래가 급격히 쏟아져 내리며 생물 사체를 순식간에 파묻어 형성된 암석층)에서 유래했다. 당시 브리스톨 해협 일대는 석회암 섬들이 흩어져 있는 열대 얕은 바다였다. 격렬한 폭풍이 생물의 몸뚱이를 산산조각 냈지만, 휘몰아친 진흙탕이 연약한 아래턱을 빠르게 덮어주면서 파도의 침식과 포식자의 훼손을 피해 기적적으로 보존될 수 있었다.
웨일스 국립박물관(Amgueddfa Cymru)의 지질학 큐레이터 신디 하우얼스(Cindy Howells)는 이 턱뼈가 처음 연구실에 도착했을 때 연구진 전체가 큰 혼란에 빠졌다고 회고했다. 해당 지역의 골층에서 기존에 보고된 그 어떤 종과도 생김새가 달랐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주립 자연사박물관 연구진과 손을 잡고, 영국과 독일 박물관에 보관된 수백 점의 소장 표본과 정밀 비교 분석에 착수했다.
가느다란 주둥이와 육중한 이빨, 뒤섞였던 두 포식자를 분리하다
오랜 수수께끼를 푸는 돌파구는 온전한 아래턱 표본이 제공한 명확한 골격 구조 비교에서 나왔다. 해부학적 분석 결과, 이 턱뼈는 사우릭티스속(Saurichthys, 오늘날의 동갈치나 학공치처럼 몸이 가늘고 길며 부리 모양의 주둥이를 지닌 트라이아스기 육식성 어류)의 것으로 최종 확인되었다. 브리스톨 해협 일대의 후기 트라이아스기 지층에서 사우릭티스의 두개골 뼈가 실물 화석으로 확인된 것은 200년이 넘는 연구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었다.
명확한 턱뼈 구조라는 기준점이 마련되자, 연구진은 수집된 지 100년이 넘은 흩어진 치아 표본들을 전면 재조사했다. 그 결과 세베르닉티스라는 단일 명칭 아래 뒤섞여 있던 이빨들이 실제로는 생태적 적응 형태가 완전히 다른 두 종류의 고대 어류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사우릭티스속(Saurichthys): 가늘고 유선형인 몸체를 지니고 한 줄로 늘어선 날카로운 바늘 모양의 이빨을 갖추어, 수면 가까이에서 빠른 속도로 유영하는 작은 물고기나 연체동물을 날렵하게 낚아채던 추격형 포식자였다.
- 비르게리아속(Birgeria): 훨씬 더 거대하고 육중한 체구를 지녔으며, 세로 줄무늬가 깊게 파인 굵은 송곳니와 강력한 턱 힘으로 단단한 비늘을 가진 물고기와 껍데기가 있는 무척추동물을 통째로 부숴 먹었다.
과거 연구자들은 이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이빨을 개체 차이가 심한 단일 거대 어류의 것으로 잘못 묶어두었다. 치열이 고스란히 보존된 턱뼈의 발견은 두 종 사이의 해부학적 거리를 단번에 명확히 갈라놓았고, 유럽 각지에 흩어져 있던 치아들은 두 독립된 포식자의 족보로 제자리를 찾게 되었다.
그림: 비르게리아(위)와 사우릭티스(아래)의 복원 비교도. 서로 다른 해부학적 특징을 보여준다. 출처: BBC / Amgueddfa Cymru
잘못된 옛 학명을 폐기하고 복원한 2억 년 전 천해 생태계
이 연구 성과는 저명한 고생물학 학술지 ‘척추고생물학저널’(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에 정식 게재되었다. 논문에서는 세베르닉티스속의 명명 근거가 된 기준 표본들이 서로 다른 두 속의 뼈와 이빨이 뒤섞인 혼합 산물임이 입증되었으므로, 이 학명은 의문명(nomen dubium)으로 분류되어 정식 폐기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이 학명 폐기는 트라이아스기 말 대멸종 직전 열대 얕은 바다의 생태계 구도를 한층 풍성하게 되살려냈다. 논문 공동 저자인 브리스톨 대학교 데이비드 화이트사이드(David Whiteside) 박사는 두 포식자가 같은 해역에서 서식지를 정교하게 나누어 공존했다고 설명했다. 사우릭티스가 상층부에서 빠른 기습으로 먹이를 사냥하는 동안, 덩치가 큰 비르게리아는 하층부에서 단단한 먹잇감을 공략했다. 이러한 뚜렷한 생태적 지위 분화는 당시 얕은 바다의 먹이사슬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채로웠음을 보여준다.
200년간 지속된 분류의 혼란을 걷어냄으로써 교과서와 유럽 주요 박물관의 안내 표지판에 적힌 오류도 비로소 바로잡히게 되었다. 단일 어종으로 뭉뚱그려졌던 수많은 화석은 이제 고대 해양의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증명하는 귀중한 증거로 탈바꿈했다.
흩어진 치아보다 온전한 골격 표본이 결정적인 이유
논문 공동 저자인 샘 쿠퍼(Sam Cooper) 박사는 썰물 때 해변에서 우연히 주운 작은 돌 하나가 학계에 2세기 동안 쌓여 있던 묵은 과제를 한순간에 털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역사적인 화석은 2026년 하반기 카디프 국립박물관에서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며, 관람객들은 백과사전의 분류 역사를 바꾼 이 작은 턱뼈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단단한 에나멜질 덕분에 낱개 이빨 화석은 오랜 세월을 견디고 대량으로 남을 수 있지만, 치아만으로 알 수 있는 해부학적 정보에는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이빨이 턱뼈에 실제로 어떻게 배열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온전한 골격이라는 기준점이 없다면, 파편에만 의존한 분석은 서로 다른 생물의 잔해를 하나로 잘못 꿰어 맞추기 쉽다.
해변에서 주운 작은 아래턱 화석은 고생물 분류의 난제를 푸는 열쇠가 결국 온전한 골격 표본의 발견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전 세계 해안가와 박물관 수장고 깊은 곳에서 더 많은 표본이 발굴됨에 따라, 먼 옛날의 연구자들이 남겨놓은 수많은 미로 또한 하나씩 풀려나갈 것이다.
참고 링크:
- BBC 보도: Saurichthys fish fossil found in Wales resolves teeth confusion
- Journal of Vertebrate Paleontology 논문: Redescription of Late Triassic predatory actinopterygi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