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에서 포착된 소용돌이 뇌파: 회로를 재배선하지 않고 기어를 바꾸는 생각의 역학

뇌 속에서 포착된 소용돌이 뇌파: 회로를 재배선하지 않고 기어를 바꾸는 생각의 역학

과학신경과학

데이터 소스:HN + web research

경기장 관중석에 앉아 있을 때 수만 명의 관중이 차례로 일어서며 두 팔을 들어 올리면 거대한 파도타기 응원이 펼쳐집니다. 슈퍼마켓에서 살 물건을 고르고 있을 때도 인간의 뇌 속에서는 이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전기 신호의 파동이 끊임없이 일렁입니다. 대뇌 피질(cerebral cortex, 대뇌의 가장 바깥층을 감싸며 지각, 언어, 의사결정 등 고차원적 사고를 담당하는 신경세포 밀집 영역)에서는 이 같은 전기적 파동이 쉼 없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뇌는 자신이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자원의 약 절반을 신경세포막의 전기화학적 농도 기울기를 유지하는 데 쏟아붓습니다. 이는 사람이 매일 섭취하는 식사량의 약 4분의 1을 수백억 개의 뉴런이 언제든 즉각 발화할 수 있는 대기 상태를 유지하는 데만 온전히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경기장의 파도타기 응원이 밝혀낸 뇌의 작동 암호

1920년대 의학계는 뇌전도(EEG, 두피 표면에서 대뇌의 전기적 신호 변화를 측정하는 비침습적 기술)를 발명했습니다. 지난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신경과학자들은 이러한 뇌파를 뇌가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배경 잡음, 혹은 자동차 엔진이 돌아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엔진 구동음 정도로만 여겨왔습니다. 두꺼운 두개골과 뇌척수액에 가로막혀 두피 전극으로는 뭉개진 신호만을 감지할 수 있었기에 미세한 시공간적 세부 구조를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뇌파가 대개 단일 방향으로 평평하게 이동하는 단순한 평면파(planar wave)일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2024년 학술지 《네이처 인간 행동》(Nature Human Behavior)에 발표된 연구는 이러한 오랜 통념을 깨뜨렸습니다. 진행파(traveling wave, 대뇌 피질 표면을 수면의 물결처럼 연속적으로 전파되는 신경 전기 신호 파동)는 피질 위를 오가며 기능적인 경로를 따라 이동합니다. 전방의 도로 표지판을 응시할 때는 파동이 머리 뒤쪽 시각 피질(visual cortex)에서 단기 기억과 계획을 관장하는 이마 뒤편 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로 돌진합니다. 반대로 길 이름을 머릿속에서 회상하려고 하는 순간 파동의 이동 방향은 즉각 정반대로 뒤집힙니다.

100개의 두개내 전극으로 포착한 회전 뇌파

전기 파동의 실제 궤적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두꺼운 두개골이라는 장벽을 우회해야 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의 조슈아 제이콥스(Joshua Jacobs)와 아눕 다스(Anup Das) 연구팀은 임상 환경에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연구팀은 발작의 발원 부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뇌 속에 약 100개의 미세 전극을 이식받은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의 치료 과정을 추적했습니다.

환자들의 동의를 얻은 후, 연구진은 환자들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여러 사고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고해상도 두개내 뇌파 데이터를 기록했습니다. 우표 한 장 크기의 대뇌 피질 표면에 100개의 미세 전극이 촘촘히 부착된 구조는 마치 좁은 지역에 수백 개의 소형 기상 관측소를 집중 설치한 것과 같았습니다. 이러한 초고해상도 관측 덕분에 과학자들은 각성 상태의 인간 뇌에서 뉴런 집단의 집단적 발화 양상을 사상 처음으로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2026년 4월, 이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었습니다. 연구진은 각성 상태의 인간 뇌에서 이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두 가지 새로운 파동 패턴을 최초로 관찰했습니다. 하나는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퍼져나가는 물결처럼 중심에서 바깥으로 퍼지거나 반대로 중심으로 수렴하는 동심원 파동(concentric wave)이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중심의 고요한 눈을 축으로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소용돌이 형태의 나선형 파동(spiral wave)이었습니다.

연구진 조슈아 제이콥스와 아눕 다스 그림: 연구진 조슈아 제이콥스(좌)와 아눕 다스(우). 출처: Quanta Magazine(Courtesy of Joshua Jacobs)

수면의 잔물결과 허리케인의 소용돌이가 보여준 기억의 분업

새롭게 발견된 이 두 가지 파동 형태는 명확한 기능적 분업 관계를 보였습니다. 화면에 제시된 단어를 기억해내는 단순한 언어 기억 과제에서 대뇌 피질에는 주로 단순한 평면파나 동심원 형태의 잔물결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참가자들이 3차원 가상 공간을 탐색하며 물체의 위치를 기억하고 찾아가는 공간 탐색 과제를 수행할 때는 회전하는 나선형 파동의 출현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고차원적 공간 인지와 복합적인 기억 처리에는 회전하는 전자기적 소용돌이의 개입이 깊이 요구된다는 의미입니다.

과거 연구들이 나선형 회전 파동을 놓쳤던 이유는 관측 시야와 공간적 척도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논문 공동 저자인 피츠버그 대학교의 수리생물학자 바드 어먼트라우트(Bard Ermentrout)는 이를 허리케인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허리케인 중심부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외곽에 서 있으면 바람이 그저 한 방향으로 세차게 불어오는 것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폭풍의 눈 바로 곁에 기상 관측소를 세워야만 비로소 거대한 폭풍 전체가 회전하고 있음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의 인지신경과학자 얼 밀러(Earl K. Miller) 교수는 이번 발견을 평가하며 “진행파는 단순히 신경세포 발화의 부산물에 불과한지 묻던 단계를 지나, 대뇌 피질이 정보를 처리하는 핵심적인 기본 패턴으로 확립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뇌 속 진행파의 예술적 시각화 그림: 뇌 속 진행파의 예술적 시각화. 출처: Quanta Magazine(Mark Belan)

나선형으로 배열된 축삭이 풀어낸 초 단위 적응의 비밀

뇌가 왜 이처럼 복잡한 회전 파동과 동심원 파동을 만들어내는 것일까요? 그 해답은 신경세포가 지닌 근본적인 물리적 한계에 있습니다. 뉴런 간의 물리적 신경 연결망은 콘크리트 포장도로와 같습니다.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긴 케이블인 신경 축삭(axon)을 물리적으로 뻗어내거나 배선을 바꾸는 데는 며칠, 몇 주, 혹은 수개월의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거리에서 급정거하는 자동차를 피하거나 질문에 대답하는 등 인간의 일상 행동은 단 몇 초, 심지어 찰나의 순간에 적응해야 합니다.

2026년 6월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된 생쥐 연구는 이러한 뇌파 이면의 물리적 배선 구조를 밝혀냈습니다. 선전의학과학원(SMART)의 예즈원(Zhiwen Ye)과 워싱턴 대학교의 니콜라스 스타인메츠(Nicholas Steinmetz)는 생쥐의 체감각 피질(somatosensory cortex, 촉각 등 감각 정보와 신체 운동을 통합 처리하는 영역)에서 좌우 반구에 대칭적이고 동기화된 회전 나선형 파동이 존재함을 발견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영역의 신경 축삭 자체가 애초에 나선형의 원형 패턴으로 배선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예즈원 연구원은 “세포들이 이러한 파동을 형성하고 매개하도록 회로를 구성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만약 이 파동에 기능적인 중요성이 없다면, 뇌가 왜 굳이 이런 나선형 물리 회로를 구축해 두었겠습니까?”라고 반문했습니다. 물리적인 신경 연결은 대뇌 피질이라는 하드웨어에 장기 저장을 위해 단단히 구워 넣은 아카이브입니다. 반면 진행파는 저장된 정보가 생각의 순간에 실시간으로 호출되고 동적으로 발현되는 과정인 셈입니다.

뇌파는 두뇌 활동의 기어를 전환하는 변속기다

이번 탐구에도 여전히 한계는 존재합니다. 초고해상도 두개내 전극은 뇌전증 치료 목적으로 수술을 받는 환자의 특정 뇌 영역에만 제한적으로 설치될 수 있습니다. 제이콥스 교수는 현재 인류가 목격한 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으며, 건강한 일반인의 대뇌 전체에서 나선형 파동은 훨씬 더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간의 뇌 속 물리적 회로 변화는 날과 달 단위로 굳어져 있지만, 인간의 실제 행동은 초 단위의 유연한 적응을 필요로 합니다. 동심원 잔물결과 회전 나선형 파동의 존재는 뇌가 물리적 배선을 전혀 바꾸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자신의 신경 활동을 재구성하는 유연한 역학 메커니즘을 보여줍니다.

뇌파는 대뇌가 신속하게 생각의 기어를 전환하도록 돕는 변속기 역할을 합니다. 초 단위로 기민하게 반응하는 이 생물물리학적 조직 계층이 존재하기에, 수백억 개의 신경세포는 찰나의 순간에 새로운 팀을 꾸려 매 순간의 복잡한 생각과 기억을 완벽하게 수행해낼 수 있습니다.

참고 링크:

  • Quanta Magazine 보도
  • Nature Communications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