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AM 라디오를 ESP32로 되살려낸 방법: GPIO 핀 직결로 완성한 나만의 장파 방송

100년 된 AM 라디오를 ESP32로 되살려낸 방법: GPIO 핀 직결로 완성한 나만의 장파 방송

ESP32하드웨어 해킹빈티지 기기RF

데이터 소스:Hackaday + GitHub

BBC가 198kHz 장파 방송 중단을 발표했을 때, 수천 대에 달하는 골동품 진공관 라디오는 무용지물인 나무 상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대기를 떠도는 아날로그 전파가 사라진다면, 이 100년 된 기기들은 영원히 침묵할 수밖에 없다. 런던의 하드웨어 개발자 가레스 데이비스(Gareth Davies)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순응하는 대신, 몇천 원에 불과한 ESP32-S3 칩 하나로 초소형 AM 방송국을 직접 구현해냈다.

GPIO 핀 하나로 온전한 AM 방송을 송출하는 구조

이 기기의 하드웨어 구조는 직관을 거스를 정도로 극단적인 단순화를 이뤄냈다. ESP32-S3 칩이 와이파이를 통해 인터넷 라디오 오디오 스트림을 수신한 뒤, 일반 GPIO 핀에서 곧바로 200kHz 진폭 변조(AM) 장파 반송파를 출력한다.

외장 DAC나 복잡한 아날로그 고주파 변조 회로는 일절 들어가지 않았다. 듀티 사이클을 단순 변조할 경우 변조도가 거의 나오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는 아크사인(arcsine) 룩업 테이블을 적용해 선형화를 달성했다. 소프트웨어 단에는 6차 저역통과 필터, 버퍼 채움 제어기가 포함된 분수형 리샘플러, 피크 리미터까지 빼곡하게 구현했다. 복잡한 아날로그 무선 회로를 순수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으로 대체한 것은, 최신 마이크로컨트롤러의 남는 연산력이 구시대의 아날로그 프로토콜쯤은 거뜬히 품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ESP32 AM 송신기 보드 실물 사진: ESP32 개발 보드와 와이어 몇 가닥만으로 구성된 초소형 송신기 보드. 출처: Hackaday

5회 권선 코일이 곧바로 물리 안테나 역할

GPIO 핀에서 나온 무선 주파수 신호는 220옴 저항 하나만을 직렬로 거쳐 안테나로 직결된다. 이 안테나마저도 기성 전자 부품이 아니다.

프로젝트의 3D 프린팅 케이스 덮개에는 플라스틱 기둥이 돌출되어 있다. 개발자는 이 기둥에 전선을 5바퀴 감고 반대쪽 끝을 접지(GND)에 연결함으로써, 케이스의 물리적 외골격을 그대로 인덕터 코일로 탈바꿈시켰다. 안테나 구조를 케이스 덮개에 일체형으로 통합한 것은, 메이커가 시스템을 설계할 때 하드웨어와 기구 설계의 경계를 허물고 물리적 공간 자체를 자재명세서(BOM) 비용의 일부로 계산해 넣었음을 뜻한다.

케이스 내부의 안테나 권선 구조 사진: 케이스 덮개 기둥에 감긴 5회 권선 와이어가 실제 송신 안테나 역할을 한다. 출처: GarethDaviesLondon (GitHub)

출력 필터를 과감히 생략해 얻은 극단적 미니멀리즘

GPIO에서 나오는 200kHz 반송파는 본질적으로 구형파다. 출력 필터링 회로가 전혀 없기 때문에 600kHz, 1MHz 및 그 이상의 중파 대역 전반에 홀수 차수 고조파가 누설될 수밖에 없다. 또한 200kHz는 본래 면허가 필요한 장파 방송 대역이며, 이 소형 장치에는 당연히 송출 허가가 없다. 하지만 송출 출력이 극히 미약하고, 라디오 바로 옆에 밀착시켜 장거리 전자파 전파가 아닌 자기장 유도 결합(근거리장)을 통해 작동한다. 불요파 필터를 과감히 포기하고 회로 단순화를 택한 것은, 초저전력 근거리 통신 환경에서는 문서상의 형식 규격보다 실용주의적 허용 범위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단일 칩에서 동시에 구동되는 2개의 독립 송출 시스템

라디오를 깨워내는 기본 기능을 만족시킨 뒤에도 ESP32-S3의 자원은 여유가 넘쳤다.

하나의 보드 위에서는 실제로 완전히 독립된 2개의 송출 시스템이 작동한다. 동일한 와이파이 네트워크와 방송국 목록을 공유하면서도, 각기 다른 반송파 주파수로 서로 다른 두 개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동시에 송출할 수 있다. 칩 내부에는 독립적인 웹 서버까지 구동되어, 사용자가 스마트폰 브라우저에서 방송국 디렉터리를 탐색하고 변조도, 오디오 필터, 게인 및 자동 이득 제어(AGC)를 손쉽게 조정할 수 있다. 저렴한 사물인터넷(IoT) 칩 하나로 웹 UI와 AGC를 갖춘 듀얼 방송국을 구현했다는 사실은, 과거 방송실 한 칸을 가득 채우던 인프라를 이제 손톱만 한 크기로 압축할 수 있게 된 오픈소스 하드웨어 생태계의 파괴력을 증명한다.

구형 라디오에 ESP32를 결합하는 시도는 하드웨어 해커가 디지털의 힘으로 고전 아날로그 장비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음을 입증한다. 허공을 가르던 옛 전파는 사라졌지만, 5바퀴 감긴 코일의 자기장 속에서 100년 전의 진공관은 여전히 따스한 주황빛을 밝히고 있다.

참고 링크:

  • Keep That Old Radio Alive With An ESP32
  • ESP32-S3 AM Transmitter (GitH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