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전 직원 13명을 고소했을까: 이직의 자유와 영업비밀 사이의 경계

애플은 왜 전 직원 13명을 고소했을까: 이직의 자유와 영업비밀 사이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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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소스:HN + web research · HN

7월 10일, 애플은 전직 직원 2명이 퇴사 시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며 OpenAI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8월 4일, 애플은 법원에 새로운 서류를 제출하며 “조사 결과 대상이 2명에 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전직 직원 11명이 추가로 포착되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OpenAI 면접을 보기 전 애플 내부 문서를 캡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일부는 공모자와 만나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한 전직 직원의 이직 갈등이 실리콘밸리 전체를 흔드는 법정 다툼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이번 사건의 경과와 핵심 쟁점을 정리해 드립니다.

애플이 법원에 요구하는 것

애플은 법원에 두 가지 조치를 신청했습니다. 첫 번째는 가처분 신청으로, OpenAI가 애플의 기술을 기반으로 AI 하드웨어 기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금지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두 번째는 “증거조사 신속 진행(Accelerated Discovery)“입니다. 애플은 일반적인 소송 절차가 너무 느려 증거가 인멸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피고 목록 역시 엔지니어 개인에서 OpenAI 본사, OpenAI 재단, 그리고 전 애플 수석 디자이너 조니 아이브가 공동 설립한 하드웨어 기업 ‘io’로 확대되었습니다.

청구 수준이 상향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공개된 정보를 종합해 볼 때, 애플이 확보한 정황과 증거는 소장에 적힌 것보다 훨씬 넓고 깊은 것으로 보입니다.

지적된 혐의: 노트북 유출과 면접 현장의 ‘실물 부품 시연’

구체적인 혐의는 주로 두 사람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 애플 엔지니어 창 리우(Chang Liu)는 퇴사 시 회사에서 지급한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고, 로그인 인증 허점을 이용해 애플 내부 네트워크에 다시 접속해 “수십 건의 기밀 하드웨어 파일”을 다운로드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더 결정적인 인물은 탱 유 탄(Tang Yew Tan)입니다. 그는 애플의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OpenAI의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로 재직 중입니다. 소장에 따르면 탄은 애플에 재직 중이던 구직자들에게 “실물 부품”을 OpenAI 면접장에 직접 가지고 와서 시연하고 설명하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애플은 이에 대해 OpenAI의 하드웨어 사업은 “뿌리부터 썩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샘 올트먼과 팀 쿡의 사진 사진: 샘 올트먼(왼쪽)과 팀 쿡(오른쪽)의 2025년 만찬 사진. 2년 후 두 회사는 법정에서 맞붙게 되었다. 출처: techcrunch.com

OpenAI의 반발: “너희 집 문이 안 잠겨 있었을 뿐”

OpenAI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즉각 반격에 나섰습니다. 애플의 가처분 신청은 “허위 정보에 기반한 것이며 완전히 불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애플의 영업비밀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원하지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애플의 실책을 조목조목 짚어냈습니다. 성씨가 유사한 두 직원을 착각해 이메일을 잘못 보낸 사례, OpenAI 총괄 법률 고문과 협의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로는 대화조차 나누지 않은 사실, 퇴사 후에도 전 직원이 접속할 수 있었던 애플 자체 보안 시스템의 허점 등을 폭로했습니다.

“상대방이 도둑질했다”고 주장하는 애플과 “너희 집 문이 열려 있었을 뿐”이라고 맞서는 OpenAI. 양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진실은 그 중간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애플 입장에서 이 싸움은 과연 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애플에게는 충분한 이유가 있습니다.

애플은 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애플의 위기의식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OpenAI는 지난해 64억 달러를 들여 조니 아이브가 설립한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인수했습니다. 조니 아이브는 아이폰의 상징적인 디자이너이자 애플 비밀주의 문화의 핵심 인물 중 하나입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AI 기업이 거대한 자금력과 애플이 가장 신뢰하던 디자이너를 등에 업고 애플의 안마당인 하드웨어 분야로 직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애플의 눈에 64억 달러라는 숫자는 OpenAI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진심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증거입니다.

더 미묘한 것은 시점입니다. 애플은 올해 2월 이미 OpenAI 측에 우려를 전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고, 결국 7월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해커뉴스(HN) 커뮤니티에서는 “애플이 OpenAI의 상장(IPO) 소문이 가장 무성한 시점을 노려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협상력을 극대화하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진위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타이밍이 매우 절묘한 것은 사실입니다.

애플 매장 내부 전경 사진: 애플 매장 내부. 이번 소송에서 다투는 핵심은 ‘미출시 제품’에 관한 기밀 정보이다. 출처: theguardian.com

이직과 영업비밀 유출의 경계는 어디인가

질문은 결국 가장 핵심적인 대목으로 돌아옵니다. 직원이 이직할 때 과연 어디까지 가지고 갈 수 있을까요?

비유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직원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은 개인 소지품과 같지만, 회사는 그중 일부가 ‘임대한 것’이므로 퇴사 시 두고 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임대 계약서’ 역할을 하는 것이 입사 시 작성하는 비밀유지계약(NDA)입니다.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은 계약으로 인재의 발을 묶을 수 없습니다. 캘리포니아주 법률(비즈니스 및 직업법 제16600조)은 경업금지약정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2024년 시행된 신법에 따르면 경업금지 계약 작성을 요구하는 행위 자체조차 불법입니다. 계약으로 인재를 묶을 수 없기에 기업은 NDA와 영업비밀보호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영업비밀보호법의 문턱은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회사가 ‘합리적인 비밀 유지 조치’를 취했다면(NDA 서명 포함) 직원이 무단으로 기밀을 가져가는 행위는 불법이 됩니다. “문이 안 잠겨 있었다”는 점은 법적으로 정당한 방어 사유가 되지 못합니다. HN의 한 엔지니어는 “집 문이 열려 있다고 해서 사람을 고용해 들어와 서류를 복사해 가도 범죄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유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용자는 “스스로 문조차 제대로 잠그지 않으면서 타인의 양심에만 의존하려 하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경계를 두고 양측 모두 할 말이 많습니다.

‘아이팟의 아버지’가 전하는 옛 이야기

이번 사건과 관련해 온라인에서 가장 폭넓게 공유된 것은 ‘아이팟의 아버지’ 토니 파델(Tony Fadell)의 발언입니다. 그는 Stratechery를 통해 이러한 강경 소송은 전·현직 직원들을 위협하기 위해 애플이 자주 쓰는 오랜 수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설립한 둥지(Nest)를 상대로 스티브 잡스가 “애플 엔지니어 80~100명을 빼갔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했던 과거 일을 회상했습니다. 전화상으로 고함을 치는 잡스에게 파델은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인재를 지키는 것은 애플이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닙니다.” 잡스는 말을 멈추었고, 두 사람은 이내 가족과 휴가 이야기로 화제를 전환했습니다. Nest는 이후에도 채용을 계속했습니다.

이 옛이야기는 오늘의 법정 다툼과 판박이입니다. 당시에는 구두 위협이었고 오늘은 정식 소송이며, 당시 대상이 Nest였다면 오늘은 OpenAI입니다. 파델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직원은 이직할 자유가 있으며, 회사가 사람을 잡고 싶다면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플 스스로의 과오와 ‘흑역사’

커뮤니티에서는 애플의 과거 행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2010년대 애플, 구글, 인텔, 어도비는 서로 인재를 빼가지 않기로 담합을 맺었다가 미국 사법부(DOJ)의 조사와 직원들의 집단 소송에 휘말렸습니다. 2015년 4개 기업은 4억 1,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합의했습니다. 당시 사법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는 팜(Palm)의 CEO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 “우리 사람을 한 명이라도 빼간다면 그것은 전쟁을 의미한다”고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HN의 한 엔지니어는 합의 이후 직원이 근속 연수에 따라 받은 수표가 5,000달러 안팎에 불과했다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인위적으로 낮춰진 임금 손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습니다. 타인의 인재 채용을 불법적으로 방해했던 회사가 이제는 남의 이직을 고소하고 있는 셈입니다. 인재는 테크 기업의 가장 큰 자산이자 가장 묶어두기 힘든 자산이라는 사실을, 애플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양측 주장의 정당성

애플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적된 혐의는 캡처 화면, 파일, 실물 부품이며 단순한 ‘머릿속 지식’이 아니다. 접근 권한이 있다는 것이 무단 유출 권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반면 이직한 직원들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렇게 맞섭니다. “애플의 보수 수준은 실리콘밸리 거인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낮으며, OpenAI의 주식 보상은 거부하기 힘들다. 능력껏 이직한 것이 무슨 죄인가. 게다가 애플은 정확히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에 대해 계속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으며, 임금 인상 대신 소송으로 이직을 막으려 한다.”

커뮤니티 논의를 볼 때 다수의 사람들은 어느 한 쪽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습니다. 이 재판의 승패는 입장이 아니라 결정적인 증거에 의해 가려질 것입니다.

이직과 영업비밀 유출 사이의 경계를 애플은 소송을 통해 긋고자 합니다. 캘리포니아 법률과 실리콘밸리 문화는 이직의 자유 편에 서 있고, 영업비밀보호법은 기업 편에 서 있으며, 그 경계는 둘 사이에 그어집니다. “지식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법원은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할 것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AI 인재 전쟁이 이제 법정으로 무대를 옮겼으며 이번이 마지막 싸움은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참고 링크:

  • TechCrunch: Apple says more ex-employees may have taken confidential data to OpenAI
  • HN Discussion (item?id=49170479)
  • The Guardian: Apple sues OpenAI, alleging artificial intelligence company stole trade secrets
  • BBC: Google and Apple in $415m ‘non-poaching’ settlement
  • Ogletree: Governor Newsom Signs Bill Reinforcing California’s Ban on Noncompete Agre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