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30일, 중국 배터리 기업 쑨왕다(Sunwoda)는 선전증권거래소 투자자 소통 플랫폼을 통해 전고체 배터리의 솔루션 및 공정 검증을 완료하고 완성차 고객사를 대상으로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같은 날 공개된 또 다른 질의응답에서는 2위권 배터리 제조사들이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는 직접적인 배경이 드러났다. 바로 완성차 업체들이 배터리 셀을 자체 개발 솔루션으로 대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400Wh/kg급 전고체 배터리 셀이 실차 테스트 단계에 들어섰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핵심 완성차 제조사들의 자체 배터리 생산 라인이 빠르게 가동되고 있다. 완성차 업계의 배터리 내재화 흐름 속에서 2위권 배터리 공급사들이 누려온 기존 위탁 생산 공간은 급속도로 좁아지고 있다.
400Wh/kg 실측 단계 진입: 쑨왕다, 연간 0.2GWh 규모 파일럿 라인 가동
전고체 배터리가 연구실을 벗어나 실제 양산으로 이어지기까지 가장 넘기 힘든 관문은 공정 검증이다. 쑨왕다는 앞서 단계별 로드맵을 수립한 바 있다. 1세대 반고체 배터리로 에너지 밀도 300Wh/kg 이상을 달성했고, 2세대 샘플을 통해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어 선보인 3세대 고분자 복합 전고체 배터리 ‘신비샤오(Xin Bixiao)‘는 셀 에너지 밀도를 단번에 400Wh/kg까지 끌어올렸다.
400Wh/kg은 현재 널리 쓰이는 고니켈 삼원계 액체 리튬이온 배터리의 1.3배 이상이자, 주력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셀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주력 C세그먼트 승용 세단에 탑재할 경우 순수 전기 주행거리가 1,000km를 넘어설 수 있으며, 배터리 팩이 차체 하부에서 차지하는 공간도 3분의 1가량 줄일 수 있다.
사진: 선전증권거래소 투자자 소통 플랫폼에서 전고체 배터리 개발 현황을 설명하며 공정 검증 완료 및 고객사 샘플 공급을 확인한 쑨왕다. 출처: 선전증권거래소 후둥이(쑨왕다 투자자 질의응답)
이번에 공급된 전고체 배터리 시스템은 두 가지 중요한 물리적 한계를 극복했다. 먼저 1MPa 미만의 초저압 기계 압력 환경에서 1,200회 이상의 충방전 수명을 확보했다. 기존 전고체 배터리 시스템은 수십 MPa에 달하는 높은 기계적 가압 장치가 필요해 승용차 섀시에 장착하기 어려웠다. 1MPa 미만이라는 조건은 기존 배터리 팩 구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200℃ 극한 열 챔버 테스트를 통과해 가열 상태에서도 자체 발화나 폭발이 일어나지 않음을 입증했다.
이러한 샘플 공급을 가능하게 한 것은 파일럿 생산 라인의 완공이다. 쑨왕다는 연간 생산 능력 0.2GWh 규모의 샘플 라인을 가동했다. 0.2GWh는 대규모 양산 차량을 지원하기에는 부족하지만, 규격에 부합하는 차량용 배터리 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기에는 충분하다. 완성차 업체는 이 셀을 바탕으로 팩 단위 열폭주 시험, 고온·저온 사이클 시험, 실도로 주행 내구성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다. 설계도면을 넘어 실제 제품 샘플을 공급함으로써, 쑨왕다는 차세대 차량 플랫폼 규격을 함께 정의할 수 있는 발언권을 확보했다.
주주에서 경쟁자로: 리오토와 샤오미의 배터리 자체 개발
쑨왕다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서두르는 배경에는 핵심 고객들의 역할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한 투자자가 리오토(Li Auto)와 샤오미(Xiaomi)의 배터리 자체 개발 전환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묻자, 쑨왕다는 고객사의 사업적 결정을 존중하며 철저한 공급 지원을 통해 고객사 내 점유율을 지키고 확대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원론적인 답변 이면에는 전기차 공급망의 자본 동맹 균열이 숨어 있다. 리오토는 산하 투자 법인인 충칭처즈이(Chongqing Chezhiyi)를 통해 쑨왕다EVB에 26억 5,000만 위안을 투자해 한때 지분 11.17%를 보유했다. 샤오미 산하 한싱벤처투자(Hanxing Venture Capital) 역시 17억 위안을 출자해 지분 5.34%를 확보한 바 있다. 전기차 사업 초기 단계에서 신흥 완성차 기업들은 독점 배터리 대기업을 견제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2위권 배터리사와 손을 잡아야 했다.
사진: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자체 개발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투자자 질문과, 공급 역량을 강화해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쑨왕다의 답변. 출처: 선전증권거래소 후둥이(쑨왕다 투자자 질의응답)
그러나 지분 투자가 배터리 내재화를 향한 완성차 업계의 결단을 꺾지는 못했다. 배터리는 전기차 전체 원가의 30%에서 4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다. 리오토는 베이징 순이 연구개발 기지에 대규모 배터리 엔지니어링 팀을 꾸리고 조성, 열관리, 양산 공정을 포괄하는 연구를 진행하며 신차에 자체 배터리를 도입하고 있다. 샤오미 역시 SU7 시리즈를 통해 셀 역배치 방식의 CTB(Cell-to-Body) 아키텍처와 독자 조성을 선보이며 핵심 배터리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가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단순 구매자에서 설계자로 변모하면서 서드파티 배터리 제조사의 위상은 달라졌다. 완성차 제조사가 원재료 배합을 직접 지정하고 단순 조립만 맡길 경우, 고부가가치 배터리 제조는 단순 임가공으로 전락한다. 핵심 원자재 가격 결정권을 완성차 업체가 가져가면 배터리 외주 업체의 마진율은 급격히 위축된다. 투자자들의 우려는 공급망 분업 구조 재편이 가져온 냉정한 현실을 보여준다.
CATL·BYD 양강 구도 속: 이익과 점유율 양면 압박을 받는 2위권 배터리사
2위권 배터리 업체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보려면 시장 전체 구조를 살펴야 한다. 중국 자동차동력배터리산업혁신연맹 데이터에 따르면 CATL과 BYD가 오랫동안 1, 2위를 지키며 합산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CALB, 궈쉬안하이테크, EVE에너지, 쑨왕다 등 2위권 기업들은 30%도 채 되지 않는 남은 시장 파이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기존 액체 리튬이온 배터리 분야는 이미 기술적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 LFP 및 중고니켈 삼원계 양극재의 슬러리 혼합, 코팅, 화성 공정은 고도로 표준화되었다. 공정의 성숙은 곧 제품의 범용화와 가혹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이어졌다. 액체 배터리 셀의 평균 가격은 2년 만에 와트시(Wh)당 0.8위안에서 0.3위안 수준으로 폭락했고, 제조 마진은 극단적으로 축소되었다.
여기에 완성차 업체들의 자체 배터리 공장 설립이 가세하면서 외부 발주 물량을 흡수하고 있다. 지커(Zeekr)의 골든 배터리, 광저우자동차(GAC)의 인파이 라인, 장성자동차(GWM) 계열의 에스볼트(SVOLT)가 대표적이다. 완성차 업체는 안정적인 대량 판매 차종의 배터리를 자체 라인으로 배정한다. 이로 인해 2위권 공급사들은 수요 변동성을 흡수하는 완충 장치로 전락해 완성차 판매 주기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대기업은 압도적인 생산 규모로 감가상각비를 낮추고, 완성차 업체는 내재화로 물량을 회수한다. 2위권 배터리사가 단순 조립 단계에 머문다면 선두 업체의 원가 경쟁력을 이길 수도, 완성차 업체의 내재화 전환을 막을 수도 없다. 액체 배터리로만 방어하는 방식으로는 생존 공간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세대교체 기술로 위상 재정립: 양산 장벽으로 내재화 포위망을 뚫다
위아래 양방향의 압박을 뚫고 나가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기술 세대교체다. 쑨왕다가 전고체 배터리 샘플 공급을 추진하는 이유는 소재와 양산 진입 장벽을 통해 다시금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함이다. 완성차 업체가 액체 배터리를 자체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액체 화학 기반 기술이 수십 년간 축적되었고 관련 인력과 장비 공급망이 탄탄하게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전고체 배터리는 완전히 다른 응집물질물리학과 소재 기술 체계를 요구한다. 고체 전해질 내 이온 전도 메커니즘, 고체-고체 계면 저항, 리튬 금속 덴드라이트 거동 등 복합적인 학제 간 난제가 산적해 있다. 완성차 업체는 제어 소프트웨어와 차체 구조 통합에는 강하지만, 소재 합성부터 초고밀도 극판 복합 캘린더링, 정밀 건식 코팅에 이르는 전체 제조 공정을 단기간에 독자 구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연간 0.2GWh 파일럿 라인을 통한 실물 샘플 공급은 경쟁의 무대를 다시 중공업 제조 영역으로 끌고 온다. 쑨왕다는 초기 엔지니어링 검증을 마무리하고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목표로 삼아 2028년경 대규모 양산차 탑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자동차 플랫폼 개발에 통상 2~3년의 선행 검증 기간이 필요한 만큼, 완성차 업체들은 실물 샘플 공급 역량을 갖춘 제조사와 미리 손잡고 공동 테스트를 진행해야 한다.
400Wh/kg의 에너지 밀도, 1,200회 이상의 수명, 1MPa 미만의 초저압 구동 데이터를 입증한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배터리가 넘볼 수 없는 물리적 강점을 지닌다. 이러한 기술적 도약은 완성차 업체로 하여금 자체 개발과 외부 조달 간의 비용 효율을 다시 저울질하게 만든다. 양산 규격에 부합하는 실물 샘플을 가장 먼저 공급하는 2위권 제조사만이 납품 단가 인하 압박을 받는 단순 외주 공장에서 벗어나 핵심 플랫폼의 전략적 기술 파트너로 다시 설 수 있다.
참고 자료:
- 선전증권거래소 후둥이 플랫폼 쑨왕다 투자자 질의응답 기록
- 쑨왕다EVB 전고체 배터리 기술 로드맵 및 제품 개발 계획 발표 자료
- 중국 자동차동력배터리산업혁신연맹 월간 동력배터리 탑재량 통계 보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