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불 대응 시스템의 실패: 3개 진영의 분열과 기후 위기

미국 산불 대응 시스템의 실패: 3개 진영의 분열과 기후 위기

과학기후

데이터 소스:The Conversation

40년 만에 화재 면적 6배 급증

아침에 스마트폰 일기 예보 앱을 열었을 때, 대기 질 지수가 갑자기 붉은색 경고로 바뀐 것을 발견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멀리 보이는 하늘은 산불 연기로 인해 누렇게 물들어 있다. 과거 오랫동안 사람들은 산불을 어쩌다 발생하는 자연재해로 여기는 데 익숙했다. 하지만 미국의 공식 통계 데이터는 전혀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 합동 화재 센터(NIFC)는 1983년부터 산불 데이터를 집계하기 시작했다. 1983년 미국 전역의 산불 피해 면적은 132만 에이커였다. 하지만 2024년에는 그 면적이 892만 에이커로 급증했다. 2020년에는 이 수치가 1000만 에이커를 돌파하기도 했다.

산불 생태학자 짐 메나키스(Jim Menakis) 팀은 40년 동안의 데이터를 추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미국 전역의 산불 피해 면적은 40년 동안 거의 6배 증가했다. 고강도 화재의 발생 빈도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위협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산불 대응 시스템은 심각한 분열에 빠져 있다.

첫 번째 진영: 발견 즉시 물을 뿌려 진압하는 ‘진압파’

산불 대응의 첫 번째 진영은 진압파(suppression)이다. 이 진영은 화재를 발견하면 즉시 인력과 장비를 출동시켜 불을 꺼야 한다고 주장한다. 1910년 대화재 이후, 화재 발견 즉시 진압하는 것은 연방 정책의 기반이 되었다.

2026년 7월에 이르러서도 캘리포니아주는 여전히 감시 위성을 배치하고 있으며, 연방 기관 역시 감지된 모든 화재를 진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진압파는 풍부한 재정 지원과 첨단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상공의 위성과 고압 살수 장치를 사용하면 몇 분 안에 소규모 화재의 위치를 파악하고 진압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물을 뿌려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에만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더 큰 위기의 불씨를 남기는 결과를 낳았다.

경사면에서 산불에 대응하는 소방관 사진: 빅서(Big Sur)의 가파른 산지에서 불에 탄 지표면 위에 서 있는 소방관. 출처: The Conversation / Wai Lee Michael Ho/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쌓인 땔감이 숲을 거대한 화약고로 만든다

두 번째 진영은 ‘연료파(fuel)‘로 불린다. 화재 생태학에서 연료란 숲에 쌓인 나뭇가지, 낙엽, 관목 등을 의미한다. 이 진영의 연구자들은 100년 동안 모든 화재를 강제로 진압해 온 결과, 숲 밑바닥에 마른 나뭇가지가 끊임없이 쌓이게 되었다고 지적한다. 원래 나무가 듬성듬성하던 숲이 이제는 마른 땔감으로 가득 찬 거대한 화약고로 변해버린 것이다.

언제든 불이 붙을 수 있는 숨은 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연료파는 인위적인 개입을 주장한다. 주요 수단으로는 나무가 너무 빽빽한 곳을 베어내어 간격을 벌리는 간벌(thinning)이 있다. 또 다른 수단은 통제된 조건에서 인위적으로 불을 놓아 숲 밑바닥의 식물을 태우는 계획 화방(prescribed burn)이다. 산불 위기 전략이든 목재 생산 행정 명령이든, 핵심 근거는 가연성 식물을 줄여 대형 화재를 예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물 제거에만 의존하는 것 역시 효과가 제한적이다. 미국의 천연림 면적은 매우 방대하다. 기계를 이용한 벌목과 인위적인 불놓기만으로는 식물이 자라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간벌된 숲을 점검하는 직원 사진: 나무 간격을 벌리기 위해 간벌된 숲을 가리키는 미국 산림청 직원. 출처: The Conversation / Kevin Moloney/Getty Images

산불에 안전한 경계선을 설정하여 공존하기

세 번째 진영은 ‘공존파(managed wildfire)‘이다. 이 진영은 안전한 시간과 장소에서 저강도 자연 화재를 수용하여 생태계 갱신 역할을 하도록 내버려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불이 생태계의 고유한 구성 요소이며, 산불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수동적으로 방어하기보다는 안전한 조건에서 작은 불이 번지도록 허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자연의 힘을 빌려 마른 땔감을 태워버리면 오히려 대형 화재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세 진영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오랫동안 분리되어 있었다. 진압팀, 연료 제거 부서, 공존 관리팀은 각각 독립적인 예산을 가지고 있다. 각 진영은 체제와 문화의 장벽에 부딪혀 각자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인류가 논쟁에 자원을 낭비하는 동안, 지속되는 폭염과 가뭄은 산불의 강도를 임계점 너머로 밀어붙이고 있다.

계획 화방 훈련 중인 소방관 사진: 계획 화방 훈련에서 호스를 들고 초원을 가로지르는 소방관. 출처: The Conversation / Heather Diehl/Getty Images

세 진영이 장벽을 허물고 협력해야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다

짐 메나키스 팀의 연구는 이 위기를 해결할 핵심을 제시한다. 계획 화방은 대형 화재를 직접적으로 차단할 수는 없지만, 불길의 높이를 낮출 수 있다. 이는 이어지는 소방 진압에 안전한 조건을 만들어 준다. 또한 식물 간벌은 방화선을 구축하여 공존파가 안전하게 불을 놓을 수 있는 명확한 경계를 제공한다.

콜로라도주 북부의 부처 간 협력 메커니즘은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준다. 지방 정부, 연방 기관, 지역 주민들이 예산의 장벽을 허물었다. 이들은 위성 감시, 간벌을 통한 제거, 정밀한 진압을 하나의 일관된 시스템으로 통합했다.

산불 대응에 있어서 단 하나의 승자를 가릴 필요는 없다. 진압, 연료 제거, 공존을 유기적으로 통합해야만 우리의 터전을 지킬 수 있다.

참고 링크:

  • The Conversation 보도
  • 미국 합동 화재 센터(NIFC) 산불 통계 데이터